원자재값 오르고 경기 회복세...탄력 받는 러·브 증시

지난해부터 유가 꾸준히 상승
러·브 증시 올들어 14%나 올라
S&P 신용등급 하향조정에도
펀더멘털 신뢰감에 영향 미미
글로벌자금도 신흥국으로 몰려

원자재 가격 상승을 등에 업은 러시아·브라질 증시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경기 회복세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등급 하향 조정에도 꿈쩍하지 않는 모습이다. 연초 후 반짝 상승했지만 여전히 변동성이 큰 중국·멕시코와는 대조적이다. 위험 선호 심리가 여전한 탓에 최근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세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상승폭이 컸던 신흥국 증시는 러시아다. 러시아 RTS지수는 올 들어 지난 26일까지 14.74%나 올랐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도 14.72%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어 베트남 VN지수가 13.23%로 3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변동률은 -0.14%다. 인도네시아 IDX종합지수(3.13%), 인도 센섹스지수(1.76%)는 그럭저럭 선방했지만 중국 상하이종합지수(-0.23%), 멕시코 IPC지수(-1.8%) 등은 부진했다.

러시아와 브라질 증시의 약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는 유가 덕이 크다. 지난해 7월 배럴당 45달러대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달 26일 66.14달러까지 오르며 3년여 만에 최고치를 찍은 후 26일(현지시간) 현재 63.9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과 베네수엘라의 경제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등이 유가 상승을 부추긴 탓이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원유 초과공급으로 유가가 떨어질 수 있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유가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59.9달러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은 원유 등 에너지·원자재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60~70%에 달해 증시도 유가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경향이 강하다. 23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가 러시아와 브라질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음에도 양국 증시에 별다른 반응이 없었던 것도 유가를 등에 업은 덕분이다. 강현구 KB증권 연구원은 “어느 정도 예견된 등급 조정인데다 시장은 원자재 가격 강세에 따른 펀더멘털 개선에 더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 회복까지 더해졌다. 브라질 경제는 긴 침체기를 지나 산업생산 증가, 소비심리 회복, 수출 증가 등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도 비슷한 분위기다. 다만 지난해 말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러시아는 12.44%, 브라질은 74%로 재정건전성은 러시아가 앞선다.

이밖에 7%에 육박하는 GDP 성장률과 젊은 인구, 급증하는 외국인 투자 등을 바탕으로 올 들어 13.23% 올랐다. 2007년 증시 폭락 이전 기록했던 VN지수 최고점(1,170.67)을 11년 만인 올해 경신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반면 중국과 멕시코는 올해 증시가 뒷걸음질쳤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0.23%, 멕시코 IPC지수는 1.8% 하락했다. 중국은 대체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3,200선에서 맴돌고 있다. 2015년 6월 5,178.19까지 올랐던 데 비하면 거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중국 증시에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정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 증시는 가격 측면에서 매력이 높은 상황이고 가장 중요한 이벤트인 양회를 앞두고 있어 긍정적으로 접근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금도 신흥국으로 몰리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와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신흥국 펀드로는 146억달러(약 15조6,000억원)가 순유입된 반면 선진국 펀드에서는 4억6,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다만 신흥국 시장은 변동성이 높아 안정적인 선진국도 감안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톰슨로이터IBES와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선진국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추정치는 6.82% 상향 조정된 반면 신흥국은 4.27%에 그쳤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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