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시인은 27일 동아일보에 직접 작성한 약 1000자 분량의 글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그때’ 자신이 목격한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는 “반성은커녕 여전히 괴물을 비호하는 문학인들을 보고 이 글을 쓴다”고 밝혔다.
최 시인에 따르면 사건은 1992년 겨울에서 1994년 봄 사이 발생했다. 장소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의 한 술집으로 문인들이 자주 찾던 곳이라고.
당시 최 시인은 선후배 문인과 술자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그때 ‘원로시인 En(고은)’이 들어왔고 의자 위에 등을 대고 눕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갑자기 바지 지퍼를 내리고 자신의 아랫도리를 손으로 만졌다는 것. 잠시 후 그는 최 시인과 다른 젊은 여성시인을 향해 “니들이 여기 좀 만져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동석한 문인 중 아무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고 그는 전했다. 술집에 일행 말고 다른 손님도 있었지만 함께한 남성 문인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웃기도 했다.
이에 최 시인은 ‘누워서 황홀경에 빠진 괴물’이라고 묘사했다.
또한 최 시인은 “20년도 더 된 일이지만 그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처치 곤란한 민망함이 가슴에 차오른다. 나도 한때 꿈 많은 문학소녀였는데, 내게 문단과 문학인에 대한 불신과 배반감을 심어준 원로시인은 그 뒤 승승장구 온갖 권력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 침묵하고 오히려 가해자를 비호하는 사람들을 향해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물건’을 주무르는 게 그의 예술혼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나는 묻고 싶다. ‘돌출적 존재’인 그 뛰어난(?) 시인을 위해, 그보다 덜 뛰어난 여성들의 인격과 존엄이 무시되어도 좋은지”라고 반문하며 글을 끝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