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서관 '고은 만인의 방'에 펼쳐진 가림막 …철거 방침 확정

"고은 측에 철거 방침 통보할 것"…논란 후 관람객 오히려 급증

가림막 쳐진 ‘만인의 방’/연합뉴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시인 고은(85)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이 결국 철거로 가닥이 잡혀 28일 가림막이 쳐졌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최근 논란과 관련해 ‘만인의 방’을 철거하기로 결론이 났다”며 “구체적인 철거 시기가 나올 때까지 우선 가림막으로 전시공간을 가려 시민 접근을 막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만인의 방’은 고은 시인이 자신의 대표작 ‘만인보’(萬人譜)에서 따 직접 이름 붙인 공간이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과거 문단 후배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터져 나오고, 교과서에서 그의 작품을 지우는 방안까지 회자되자 서울시가 고심 끝에 ‘철거’ 결정을 내렸다.


이번 논란과 맞물려 시민의 공간인 서울도서관에 고은 시인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는 장소를 유지하는 데 대한 시민의 항의도 잇따르고 있다. 한 시민이 이달 “서울도서관 ‘만인의 방’을 폐쇄해달라”는 민원을 낸 데 이어 이와 비슷한 취지의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이 같은 민원에 대해 “‘만인의 방’은 본래 3·1 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독립운동과 항일 운동가를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역사 인식을 제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며 “하지만 최근 고은 시인 관련 기사와 관련해 철거 등을 포함한 ‘만인의 방’ 프로그램 운영 방향 변경에 대해 검토 중이다.”이라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논란으로 ‘만인의 방’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관람객 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도서관에 따르면 이곳 방문자는 최근 하루평균 80명에 이른다. 논란이 빚어지기 전에 평일 10∼15명, 주말 30여 명에 그쳤었다. 한편, ‘만인의 방’이 철거된다면 이곳에 있는 필기구, 안경, 모자, 육필 원고, 집필 자료, 도서 등 전시품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관심거리다.

서울도서관 관계자는 “이 같은 전시품이 서울도서관에 ‘기증’된 이상 소유권은 서울시에 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전시공간이 철거된 이후 고은 시인 측이 원하면 돌려줘야 하지 않겠느냐. 우선 고은 시인 측과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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