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차만 확인한 한국GM 노사…고위임원·비정규직 대규모 감축

노사 임단협 성과없이 결렬
"부사장·전무급 35% 줄일것"

존폐 기로에 놓인 한국GM 노사가 군산공장 폐쇄 후 처음으로 마주 앉았지만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사측은 이날 고위임원을 대폭 줄이는 자구안을 통해 노조와의 명분 싸움에서 한발 앞서는 모습이다.

한국GM 노사는 28일 부평공장에서 2018년도 3차 임단협 본교섭을 했다. 사측은 임금 동결, 성과급 지급 불가, 복리 후생비 삭감 등을 담은 교섭안을 제시했다. 사측은 “이번 교섭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면 연 3,1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조는 관련 내용을 조합원에 공개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사실상 사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노조는 이날 본사 파견 외국인임직원(ISP)의 임금 및 복지 내용 공개를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개인 임금은 기밀자료라며 거부했다.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입장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군산 조합원에게 불가능한 희망을 주는 것은 잘못”이라며 회생 가능성에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국GM 정상화를 위해서는 노사가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하지만 당분간 불협화음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군산 폐쇄 철회를 요구하며 청와대 상경 투쟁을 한다. 노조는 미국 디트로이트 GM 본사 원정 투쟁단 파견도 검토하고 있다.

사측은 이날 카허 카젬 사장 이름으로 발송된 ‘CEO 메시지’ e메일로 부사장·전무급 임원 35% 감축, ISP 임원 45% 감축, 모든 직급의 ISP 50% 감축, 상무급 임원 및 피플리더(팀장급) 20% 감축 사실을 밝혔다. 3·4분기까지 순차 진행한다. 한국GM의 임원급은 100~150명 정도고 팀장급은 총 500여명 수준이다. 한국GM은 앞서 팀장급의 올해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측의 경영 정상화 노력을 알리고 동시에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직원들에게만 전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은 군산 공장 폐쇄에 따라 비정규직 200여명에게 근로계약 해지 통지를 했다. 군산공장 비정규직 해고 비상대책위는 28일 “3월 말까지 회사를 떠나라는 일방적인 통지를 받았다”며 “일방적 해고라는 벽에 봉착했다”고 토로했다. 정규직과 달리 비정규직은 퇴직금이나 위로금이 없다.

한편 정부는 군산 지역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군산 경제 지원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기재부·산업부·국무조정실·고용부·복지부 등 10여개 부처가 참여한다. TF는 조만간 회의를 열어 지원 가능 사항을 논의한다. /강도원·서민준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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