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주말을 맞은 서울 삼청로의 삼청파출소 앞. 한 무리의 중국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의 파출소 앞에 진을 친 이유가 뭘까. 관광가이드는 “삼청동을 본격적으로 관광하기 전에 이곳에서 화장실을 다녀오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삼청파출소 화장실이 삼청로 입구에 있어 관광을 시작하기 전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삼청파출소가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외국인 단체관광객과 내국인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청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은 “주말에는 오후에만 50명이 넘게 파출소 화장실을 이용한다”며 “변기에 각종 쓰레기가 버려져 막히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말에는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몰려 변기가 고장 나기도 했다. 그날 당직을 섰던 경찰관들은 밤새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었다.


삼청동에는 삼청동주민센터, 금융연수원 앞 개방화장실, 삼청파출소 화장실 등 공용화장실이 3곳 있지만 최근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어 이를 다 수용하기 어렵다. 특히 주민센터와 금융연수원 앞 개방화장실은 삼청로 안쪽에 있어 유동인구가 비교적 적어 삼청동을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초입에 있는 삼청파출소 화장실을 많이 이용한다.

관할 구청인 종로구청도 이런 고충을 알고 있지만 딱히 대응책은 없는 상황이다. 정성호 종로구청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북촌 지역 땅값이 워낙 비싸고 화장실 설치에 반대하는 상인들이 많아 화장실을 늘리기 어렵다”며 “2010년 금융연수원 앞 화장실을 지을 때도 인근 상인들의 반대가 커 건설 절차가 오래 걸렸다”고 전했다.

삼청파출소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파출소 화장실을 개방하는 것은 지역 발전과 대국민 서비스를 위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다만 여러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화장실인 만큼 깨끗하게 사용해주시면 업무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