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액면주식’이라 하면 생소한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말 그대로 주권에 액면가액은 써 있지 않고 주식 수만 기재된 것을 말합니다. 한계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에 유용해서 미국 기업 주식의 상당수는 이 ‘무액면주식’ 형태로 발행되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발행이 가능하지만 홍보 부족과 절차상의 문제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투데이포커스에서는 무액면주식이 무엇인지, 국내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금융증권부 김성훈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김기자, 액면가가 써 있지 않은 주식이라니 참 생소한데요. 무액면주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무액면주식이란 주권(株券)에 액면가는 써 있지 않고 주식 수나 지분율만 기재된 주식을 말합니다.
액면주식에 대응하는 개념으로서 비례주(比例株) ·부분주(部分株)라고도 불리며, 무액면주식의 발행가액은 보통 시가에 의해 결정됩니다.
1912년 미국 뉴욕주의 회사법에서 처음 인정된 이후 일본·캐나다·멕시코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국내에는 2011년 4월 14일 도입됐습니다.
무액면주식은 ‘표시액면 무액면주식’과 ‘순수 무액면주식’으로 나뉩니다.
표시액면 무액면주식은 발행 회사의 정관에 주식의 최저발행가액 규정이 있어 일정 금액 미만으로는 주식의 발행을 할 수 없는 주식을 말합니다.
순수 무액면주식은 주권과 정관 모두에 발행가액 관련 규정이 없는 무액면주식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액면가가 써 있지 않아서 생기는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액면주식보다 나은 점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기자]
네 우선 벤처·창업기업이나 한계기업도 무액면주식을 활용하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액면주식을 발행하는 경우엔 최소액면금액이 100원으로 정해져 있어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나 자본 잠식 상태인 한계기업은 주식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렵습니다.
반면 무액면주식의 경우 주권에 액면금액을 기재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적은 자본금으로도 주식을 발행해 투자금을 모을 수 있습니다.
주식의 분할이나 추가 발행, 병합 등이 편리하다는 것도 무액면주식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액면주는 현행 규정상 한번 액면가를 정해 발행하면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으로는 주식을 추가 발행할 수 없습니다.
액면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주식을 추가 발행하려면 주주총회와 법원의 인가를 거쳐야 하는 등 많은 과정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액면주식은 액면가를 신경 쓸 필요가 없기 때문에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주식을 분할 할 때에도 액면주는 액면가에 기초해 액면 분할로 늘어나는 기존 주주들의 주식 수 등을 따로 계산해 처리해야 하지만, 무액면주식의 경우 별도의 재무적 처리가 필요 없거나 단순 계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분할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실제로 무액면주식을 활용하는 ‘애플’은 지난1980년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이래 총 4차례나 주식분할을 했고, 마이크로소프트·월마트·아마존 등 대형주들도 분할이 쉽다는 무액면주식의 장점을 이용해 여러 번 주식 분할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자본금에 관계없이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인 동시에 남용의 가능성도 있을 것 같은데요. 무액면주식의 단점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지요.
[기자]
그렇습니다, 공정한 발행가액 결정과 자본 계상이 어렵다는 것이 무액면주식의 단점인데요.
이 때문에 주가가 발행가를 밑도는 부실기업의 무분별한 증자에 악용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창업기업이 무액면주식을 발행할 경우 일반적으로 주식 발행의 근거가 되는 회사의 자본금이 적어 투자자보호가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앵커]
단점이 있긴 하지만 초기 기업의 자금조달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문재인 정부의 모험자본 육성 기조와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국내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네, 국내에 무액면주식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국내 기업 중 무액면주식을 사용하는 곳은 한 곳도 없습니다.
무액면 상장된 종목이 있긴 하지만 모두 코스닥 상장사이고 홍콩·미국·일본 등 무액면주식이 활성화된 국가의 기업들입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무액면주식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특별한 장점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례로 무액면주식의 장점은 주식분할이 쉽다는 것인데 국내 상법에서는 액면주와 무액면주의 분할 요건과 절차에 차이가 없어 굳이 무액면주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액면주식을 발행하던 기업이 무액면주식으로 전환하려면 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을 고쳐야 합니다.
‘무액면주식을 발행하는 기업은 주식을 저가로 발행하려는 한계기업’이라는 인식도 무액면주식 활성화에 걸림돌이 됩니다.
전문가들은 창업기업이나 한계기업이 무액면주식제도를 활용해 자금을 모아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액면가가 써 있지 않은 ‘무액면주식’에 대해 김성훈기자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김성훈기자 bevoice@sedaily.com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