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 2월 28일 ‘1주일은 휴일을 포함해 7일’로 규정해 주당 최장 근무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는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에 따라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의 휴일근로가 별도로 계산돼 최장 68시간 근무가 가능했다.
2008년 경기 성남시 환경미화원들이 정부의 행정해석이 위법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촉발됐는데 2013년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된 지 5년 만에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올해 7월부터 적용하나 규모에 따라 3년에 걸쳐 시행된다. 단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이 제외되며 30인 미만 사업장은 노사 합의로 8시간의 연장 근로시간이 오는 2022년까지 허용된다.
노사 간 다툼이 돼 현재 관련 사건이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휴일 근로시간의 할증률은 현행대로 유지되며 근로시간 특례업종이 5개 업종으로 축소돼 특례업종 대상자가 400만명에서 100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법정 공휴일 유급휴무제도가 민간 부문에도 적용된다.
2004년 법정 기준 근로시간을 주당 40시간으로 단축한 후 노동시장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이번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2016년 기준 2,069시간)이 줄어들어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 임금보전이 기업 규모, 노조 협상력에 따라 차이 나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할 우려가 있다. 최장 근로시간 제한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주당 최장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노동시장 양극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터 혁신, 노동시장 개혁과 같이 추진돼야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의 비용 증가 규모는 12조원이다. 기업은 노동절약적 생산방식으로 최대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총임금에서 초과근로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30%인 현실에서 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하락을 어느 정도 보전해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현장의 생산성 향상이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열쇠다.
국제통화기금(IMF),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우리나라에 권고한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가 수반되는 노동시장 개혁, 즉 임금체계 개편, 근무 형태 다양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 완화 등이 이뤄져야 실근로시간 단축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업무집중도가 강화돼야 하며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 혁신이 필요하다. OECD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33.1달러로 미국(63.3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근로시간 단축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독일은 59.8달러이다.
임금체계도 개편돼야 한다. 기본급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연공 위주에서 성과와 역량에 기반을 둔 임금체계로 바뀌어야 한다.
전일제 근무 위주에서 시간제·파트타임 등이 확대되고 유연 근무, 변형 근무가 확산되는 등 근무 형태도 혁신돼야 한다. 2012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일제 근로자 비중은 82%이다. 네덜란드는 52%, 일본 64%다.
근로시간 단축 등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노동시장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보전에서 노조에 의해 협상력이 뒷받침되는 대기업과 다른 부분의 근로조건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최저임금 삽입 범위와 관련된 노사정 협의에서 보듯이 임금체계 개편을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은 아주 어려운 과제이나 실근로시간 단축이 법적으로 강제되는 현시점에서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 노동시장 혁신에 대한 공감대를 토대로 실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사정이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