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이날 기념사는 국민들의 공감을 받을 만하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전 정부와 일본 간 이면합의가 밝혀지고 일주일 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망언이 또 나왔는데 그냥 없었던 일로 덮고 넘어갈 수는 없다. 국민감정이 이를 받아들일 리도 없다. 3·1절 기념사에서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독도’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도, 문 대통령이 일본을 위안부 문제의 ‘가해자’로 못 박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지금 우리의 최대 현안은 북핵 해결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일이 탄탄한 공조로 북한에 대한 최대의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가해야 한다. 일본 정부가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 대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자칫 이로 인해 한일관계 전반이 나빠진다면 대북공조에도 틈이 생길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부분이다.
국가 간 관계에서 할 말은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잘못된 것은 바로잡되 건강하고 진실한 상호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 대통령의 기념사에서 이 부분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은 아쉽다. 양국의 동반성장을 위해, 또 북핵 위기의 종식을 위해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