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종 결정해 중국 등 주요 무역상대국과 통상 전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트럼프 정부는 중국 등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이미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전례 없이 강경한 입장도 피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의 외국산 철강 등에 대한 일률적인 보복관세 부과는 일방적 조치로 논란이 크다는 지적이다. 중국이 자국산 철강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캐나다도 이날 보복 조치들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수입 철강과 알루미늄에 무역 제재 조치들을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에 설명하면서 “우리는 우리나라와 회사, 근로자들이 더는 이용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세계 각국의 불공정 무역과 나쁜 정책에 의해 수십 년간 훼손돼왔다”고 지적하며 “우리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영리한 무역을 원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이에 앞서 미 무역대표부(USRT)도 지난달 말 공개한 연례 무역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등의 불공정무역 관행에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며 강공책을 예고한 바 있다. USTR는 중국 외의 다른 무역 상대국들에 대해서도 “불공정무역으로 미국에서 더 이상 이득을 얻어가지 못하게 무역법을 강화하고 보다 효율적 시장을 위해 WTO 개혁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정부가 공언해온 보호무역 정책과 보복 조치들을 실제로 단행하면서 중국 등도 그간 예고해온 미 농산물 등에 대한 보복관세 부과 등이 가시화할 가능성은 높아졌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이 수입 철강 등에 추가 관세 부과를 발표하기에 앞서 “이번 조사 과정과 결과를 보면 미국은 WTO(세계무역기구) 규정을 무시하고, 중국 기업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밝혀 WTO 제소는 물론 보복 조치들을 예고했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규제가 가해진다면, 우리의 무역 이익과 노동자들을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조처를 할 것”이라며 “그 어떤 무역 규제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미국산 철강의 약 50%를 구입하는 최대 수입국이며, 철강·알루미늄 업계가 미국과 크게 연동돼 있다.
한국 정부도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에 반발하면서 상응하는 조치들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한국으로서는 미측이 당초 한국을 최소 53% 이상의 ‘관세 폭탄’ 부과 대상 12개국에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모든 나라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해 한 숨 돌린 측면은 있다.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에 이어 미국에 대해 3위 철강 수출국이며, 지난해 수출 물량은 365만톤이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과 함께 정권의 중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어 향후 한미FTA 개정 협상은 더욱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지난달 한국 등 수입산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을 대상으로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효한 데 이어 자동차와 반도체 등 주력 수출품에 대해서도 불공정 무역 문제를 건드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의 한 통상전문 로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와 오는 11월 의회 중간 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파상적인 통상 정책을 강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