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또 오는 GM사장...부평·창원 설비감축 강수 던질 수도

정부·산은과 실사범위·기간 등 담판 가능성
신차배정 앞두고 인건비 감축 논의도 챙길듯

지난달 20일 국회를 찾은 배리 엥글(앞줄 가운데)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엥글 사장은 이번 주 재차 방한해 한국GM 정부 및 산은과 면담할 예정이다. /서울경제DB
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 부문(GM International) 사장이 이번 주 다시 한국을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부 및 2대 주주인 KDB 산업은행과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세부 내용에 대한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는 실사에 대해 엥글 사장이 직접 담판을 짓겠다는 의도가 깔린 행보로 풀이된다. 본사의 신차 배정 결정을 앞두고 GM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인건비 감축 논의도 앵글 사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엥글 사장이 부평 및 창원 공장에 대한 설비 감축 등 강수를 던질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배리 엥글 사장은 이번 주 초께 다시 방한해 산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지난달에 이어 세 번째 방한이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달 엥글 사장과의 면담에서 “한국GM에 대한 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실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앵글 사장의 이번 방한 목적이 실사 범위에 대한 협의와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조와의 협상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GM과 산은은 당초 지난달 GM과 협의를 마무리하고 이달부터 실사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실무 협의 과정에서 세부 범위와 실사 기간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면서 아직 실사에 돌입하지 못하고 있다. 산은은 3~4개월에 걸쳐 이전가격과 고금리 대출, 본사 관리비, 기술사용료 등 5대 원가 요인을 집중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GM 측은 범위를 줄여 1~2개월 안에 실사를 마무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GM 측에서도 실사가 지연되는 것은 부담이다. 이에 따라 앵글 사장이 직접 나서 산은과 실사 범위와 기간 등을 두고 담판을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용 절감 방안 수립도 GM 입장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이달 중순께부터 글로벌 공장에 대한 신차 배정에 대한 논의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앵글 사장은 “글로벌 수요가 많은 신차 2종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제조건으로 생산성 향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일단 비용 절감과 관련한 첫 관문은 통과했다. 한국GM에 따르면 지난 2일 마감한 희망퇴직 결과 약 2,400명의 직원들이 신청했다. 애초 목표치인 2,000명을 뛰어 넘는다. 한국GM은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남은 과제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이다. GM은 신차 배정을 위해선 한국GM의 연간 비용을 현재보다 6,000억~7,000억원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희망퇴직 규모에 버금가는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한국GM이 노조에 임금 동결 및 성과급 지급 제한,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간 1,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면 1,400억원 안팎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매년 약 3,0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복지후생비용은 1,500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군산공장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만큼 노조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 건 군산공장 폐쇄 철회는 무의미해 졌다. 노사 양측은 오는 7일 임단협 협상을 재개하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엥글 사장이 한국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는 카드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가장 민감한 부분은 고용인 만큼 가동률이 70% 수준인 창원공장의 설비 및 인력 감축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방한에서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을 전격 폐쇄하기로 발표한 이후에는 줄 곧 정부에 부응하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회 산은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본사 차원의 새로운 압박 전략을 가지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민규·세종=서민준기자 cmk25@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