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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배리 엥글 사장은 이번 주 초께 다시 방한해 산은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지난달에 이어 세 번째 방한이다. 정부와 산은은 지난달 엥글 사장과의 면담에서 “한국GM에 대한 지원 여부는 전적으로 실사 결과를 토대로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앵글 사장의 이번 방한 목적이 실사 범위에 대한 협의와 인건비 절감을 위한 노조와의 협상을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용 절감 방안 수립도 GM 입장에서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이달 중순께부터 글로벌 공장에 대한 신차 배정에 대한 논의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앵글 사장은 “글로벌 수요가 많은 신차 2종을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배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전제조건으로 생산성 향상을 제시한 바 있다. 일단 비용 절감과 관련한 첫 관문은 통과했다. 한국GM에 따르면 지난 2일 마감한 희망퇴직 결과 약 2,400명의 직원들이 신청했다. 애초 목표치인 2,000명을 뛰어 넘는다. 한국GM은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연간 3,000억원 안팎의 인건비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남은 과제는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 타결이다. GM은 신차 배정을 위해선 한국GM의 연간 비용을 현재보다 6,000억~7,000억원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희망퇴직 규모에 버금가는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한국GM이 노조에 임금 동결 및 성과급 지급 제한, 복리후생비 감축 등을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연간 1,000만원의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면 1,400억원 안팎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매년 약 3,00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복지후생비용은 1,500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게 목표다. 군산공장 근로자의 절반 이상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만큼 노조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내 건 군산공장 폐쇄 철회는 무의미해 졌다. 노사 양측은 오는 7일 임단협 협상을 재개하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엥글 사장이 한국 정부와 노조를 압박하는 카드를 던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우리 정부가 가장 민감한 부분은 고용인 만큼 가동률이 70% 수준인 창원공장의 설비 및 인력 감축안 등이 거론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방한에서 엥글 사장은 군산공장을 전격 폐쇄하기로 발표한 이후에는 줄 곧 정부에 부응하는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면서 “한국 정부와 국회 산은의 협의 결과를 토대로 본사 차원의 새로운 압박 전략을 가지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민규·세종=서민준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