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은 한목소리로 남북관계 개선을 내세우지만 대북특사를 파견하는 문재인 정부와 특사를 맞는 북한의 속내는 서로 다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의 조속한 성사에 주력할 것이다. 이의 유인책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위해 미북관계의 중재자 역할을 내세우며 미국과 북한의 직접 대화를 주선할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위한 노력, 치적으로 선전될 유력한 카드다.
반면 북한은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카드를 이미 읽고 있어 이를 역활용하는 전술로 특사단을 맞이할 것이다. 우선 북한은 대내적으로 김정은의 은덕으로 평창올림픽 참가와 대북특사 방북이 성사됐고 “남조선에서 감사의 뜻을 표하기 위해 최고존엄(김정은)을 알현하기 위해 방북했다”고 선전하며 체제 공고화에 활용할 것이다. 대남 측면에서는 김정은의 평화적 이미지와 한반도 문제의 유일한 해결자라는 위상을 선전하며 핵 위협을 희석시키고 남남갈등을 증폭시키려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안정은 결코 적화혁명 여건 조성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에 사회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국제적 측면에서는 일시적인 남북관계 개선 카드를 통해 미래의 핵 개발과 탄도미사일 실험 유보 카드(과거, 현재 핵 유지)를 만지작거리며 유엔·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려는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특히 북한은 대북특사단과의 회담에서 정상회담의 전제조건으로 “한미군사훈련 등 대북 적대정책 중지, 외세 공조 배격과 민족 공조” 기치를 강조하면서 내적으로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출연 등 경제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북한은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대북 경계심을 희석시키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 서신 교환, 남북 민간급 교류 활성화 등 이벤트성 제안을 전격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당장 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에 직면해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훈련 중지가 아니라 자칫하면 한미동맹의 균열을 상징하는 사안이므로 우리 정부가 불안정한 평화를 담보로 이른바 민족 공조에 나설지 한반도 안보의 굳건한 축인 한미동맹을 택할지 주목된다.
한반도 문제가 정상화되려면 북한 핵 시스템 전면 해체, 탄도미사일 발사실험 등 군사모험주의 노선 중지 등이 우선 해결돼야 한다. 이외에 북한 인권 문제 등도 제기해야 한다. 이를 배제한 어떠한 남북 합의도 국내외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필자는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남북 당국이 서로 만나 대화하는 것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어떠한 대화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번 대북특사 방북에 대해 필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과정에서 일부 굴욕적인 대북 행태를 목격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명분하에 기본적으로 ‘북한 자극하지 않기-북한 눈치 보기-북한 비위 맞추기’ 등에 매달리는 것 같아 우려된다.
어떠한 남북대화라도 우리 국민이 이해하고 국제사회가 최소한 동의하는 수준에서 논의되고 실천이 수반돼야지만 의미가 있을 것이다.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 민족 공조 전술에 말려들 가능성이 농후한 대북특사, 그래서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북특사뿐 아니라 향후 남북대화에서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협상이 돼서는 결코 안 되며 최소한 인류 평화, 인간 존엄과 가치가 존중되는 회담이 돼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이 악성 비방을 지속하며 거듭된 우리 측의 대화 제의를 내내 외면하다가 갑자기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등 대남 유화 국면으로 전환한 배경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주목하며 회담에 임할 것을 당부한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