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10년 뒤 한국기업을 MWC서 볼 수 있을까

양철민기자<바이오IT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주도권은 결국 미국과 유럽이 쥘 수밖에 없는 것일까. 지난 1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축제 ‘MWC 2018’ 행사장을 나흘간 직접 둘러 본 느낌은 ‘서세동점(西勢東漸)’이었다.


겉만 봐서는 한국과 중국 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전시장 입구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9’ 입간판이, 전시장 내부에는 최대 부스를 꾸린 화웨이가 각각 시선을 끌었다. 하지만 5세대(5G) 통신기술과 자율 주행차 같은 미래 서비스에서는 에릭슨, 퀄컴, IBM, 인텔, 노키아 등의 움직임이 더 눈에 띄었다. 인텔은 LTE에서의 부진을 5G 기술로 만회할 계획이며 스마트폰 등장 이후 몰락했던 노키아는 5G 통신 기술을 바탕으로 업계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방침이다.

실제 ZTE, 레노버, 샤오미, 화웨이 등 중국 업체 부스에서는 커넥티드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차세대 서비스를 볼 수 없었다. 국내 업체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갤럭시S9의 핵심 기능인 증강현실(AR)은 구글 플랫폼 ‘AR코어’ 기반이며 LG전자의 ‘V30S 씽큐’ 또한 구글의 인공지능(AI) ‘구글 어시스턴트’가 핵심 역할을 한다.

이 같은 경향은 5G와 AI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해질수록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에릭슨이나 노키아 등 유럽업체를 중심으로 5G 표준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GM, BMW 등의 자동차 업체와 아마존과 같은 소프트웨어(SW) 업체가 협력해 자율주행차 부문의 신규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차세대 ICT 플랫폼의 핵심인 AI 분야에서도 아마존이나 구글이 이미 주도권을 쥔 상태며 VR, AR, 드론 등의 5G 핵심 콘텐츠는 인텔이나 구글 등이 장악한 상황이다.

19세기 조선 유학자들은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을 내세우며 서양을 이기려 했지만 실패했다. 그로부터 2세기가 채 지나지 않은 모바일 시대에는 한국·중국 등이 스마트폰이란 ICT ‘그릇’을 장악하며 아시아의 부활을 알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후’를 꿈꾸는 5G 시대는 다르다.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앞세운 서구 기업을 중심으로 지금까지와 다른 새로운 질서가 등장할 기세다. 10년 뒤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업체를 MWC에서 볼 수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다.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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