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베두 WTO총장 "무역전쟁 예방해야…실질적 중대위기 직면"

"모든 회원국 신중히 대응해야…‘눈에는 눈’ 무역보복 하다 전 세계 침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자국 철강 및 알루미늄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가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AP=연합뉴스
호베르투 아제베두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이 미국발 무역전쟁의 위험성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본부서 열린 수석 대표단 회의에서 “아직 시간이 있다”며 “무역전쟁의 첫 도미노 패가 넘어지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최근 잇따른 무역정책 발표를 보면 우리가 지금 전세계적 무역장벽의 증강을 촉발할 훨씬 더 중대하고 실질적인 위기에 직면한 것이 확실하다”며 모든 회원국이 이 같은 위기에 신중하게 대응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상 제재와 그에 따른 보복의 악순환에 대해 “일단 우리가 무역전쟁의 길을 가게 된다면 방향을 되돌리기는 매우 어렵다”며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결국 우리가 사태를 직시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전 세계를 깊은 침체에 빠뜨릴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아제베두 총장은 이번 성명에서 미국을 언급하는 등 특정 국가를 지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외신들은 그의 발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이 세계 각국을 자극하고 있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기본적으로 WTO 회원국의 무역 정책에 대한 언급을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편이지만, 보호주의에 대한 방어벽이자 세계 무역 규칙의 파수꾼으로서 역할에 충실한 인물이다. 아제베두 총장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일률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히자 이튿날 성명을 내고 “무역전쟁은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이날 발언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방침을 더는 좌시할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11개국, 유럽연합(EU) 등 대다수 외교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 결정에 강한 우려를 표하고 미국이 이번 결정을 재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통신은 중국과 EU 등 미국의 무역 상대들은 보복 조처를 준비하고 있으며, 164개 회원국을 거느린 WTO에 제소할 것을 공언했다고 전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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