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치료 국제경쟁력 높이려면 표준화·건보 적용 확대해야"

[자생 국제학술대회 주제발표자 간담회]
한의사 의료기기 제한 등 불합리한 규제 개선 필요
추나와 비슷한 美 수기치료엔 1973년부터 사보험

보이드 부저(오른쪽부터) 미국 오스테오패틱의학협회(AOA) 전 회장, 신준식 자생한방병원·척추신경추나의학회 설립자, 에이드리엔 화이트페인스 AOA 최고경영자(CEO), 신병철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회장이 ‘수기(手技)치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제공=자생한방병원


추나요법이 한의사가 시행하는 한방 수기(手技)요법이라면 미국에서는 의사가 시행하는 수기요법이 있다. 흔히 ‘정골(整骨)요법’이라고 불리는 오스테오패틱(Osteopathic) 수기치료법이다. 두 요법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보험적용 여부, 이를 시행하는 한의사와 오스테오패틱 의사(DO·Doctor of Osteopathic Medicine) 간 권한은 큰 차이가 난다.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은 미국 오스테오패틱의학협회(AOA) 회장단을 초청해 지난 4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비수술 척추관절치료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자생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번 학술대회를 총괄한 신준식 자생의료재단 명예이사장의 사회로 신병철 척추신경추나의학회장(부산대 한방병원장), AOA의 보이드 부저 전 회장(파이크빌-켄터키 오스테오패틱의대 학장)과 에이드리엔 화이트페인스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수기요법 활성화를 위한 좌담회를 열었다.

-오스테오패틱 의학이란.

△부저=미국 의사인 앤드루 T. 스틸 박사가 지난 1800년대 후반에 정립했는데 근골격계·신경계·순환계 등 모든 인체 시스템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전체론적 관점에서 질병 예방과 치유를 모색한다. 한의학에서 인체와 질병을 바라보는 관점과 유사하다. 수기요법은 비뚤어진 뼈관절을 바로잡아 정상으로 복원시키고 장기의 기능을 개선시켜 인체의 대사를 활성화함으로써 질병 악화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스테오패틱 의사와 의대생이 얼마나 되나.

△페인스=면허를 딴 오스테오패틱 의사(DO)는 지난해 말 10만8,000여명에 이른다. 지난해만 6,000명 넘게 배출됐다. 대부분 DO 면허를 딴 뒤 전공의(3~10년) 과정을 밟는다. 오는 2025년께면 미국 의사 5명 중 1명은 DO가 될 것이다. 34개 오스테오패틱 의대는 대학 일반학부(4년)를 거쳐 진학하며 4년간 일반 의사(MD)들이 배우는 공통과목과 함께 200시간 이상의 오스테오패틱 의학과 수기치료법을 공부한다.

-DO의 권한은 어떤가.

△부저=의사(MD)와 동등한 권리·지위를 갖는다. 약 처방은 물론 전문 분야에 따라 수술도 할 수 있다. 활동 중인 DO의 전문 분야는 가정의학과(32%), 내과(17%), 소아과(7%), 응급의학과(10%), 마취통증의학과·산부인과(각 4%), 일반외과·정신건강의학과(각 3%) 등 다양하다.

-한의사는 의료기기 사용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다. DO는 어떤가.

△부저=DO가 환자 진료·치료를 위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DO는 의학철학만 다를 뿐 의사들과 동일한 교육·실습을 거치고 동등한 권리·지위를 갖는다.

-한의사 입장에서 DO가 매우 부럽다. 한의사는 의료기사에 대한 지휘권이 없는 상태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은 환자를 위해서도 필요한데 불합리한 규제에 막혀 아쉬움이 많다. 오스테오패틱 의학이 미국 보건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은 어떤가.


△부저=미국에서도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과 비만 등으로 근골격계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에게 마약성 진통제 등을 처방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아 연방정부도 오남용 예방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오스테오패틱 의학은 비수술·비약물·통합적 치료를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 수술을 기피하는 근골격계 환자들이 많아져 수기치료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급·만성 통증완화 효과가 탁월해 운동선수·군인 등 활동량이 많은 사람들도 선호하고 있다.

-추나요법은 아직 실손보험 적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수기치료에 일찍부터 사보험이 적용됐는데.

△부저=1973년 미국 50개주 모두에서 DO의 모든 진료권이 인정되면서 오스테오패틱 수기요법 등도 사보험 적용을 받게 됐다. 이를 전후해 미시간·텍사스·뉴욕 등 주립(州立) 오스테오패틱 의대들이 설립돼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수기치료 병행으로 회복 속도가 빨라져 전체 의료비 경감 효과를 가져오자 보험회사에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근골격계 질환 치료에서 추나요법 같은 비수술 한방치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신병철=치료의 패러다임이 수술에서 비수술로 전환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은 비수술적 치료법으로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척추 디스크도 대소변 장애 등이 동반되는 마미증후군 환자 등 전체의 5~10%가량만 수술이 필요하다. 환자의 90~95%는 비수술 치료만으로 완치 가능하다.

-추나요법에 건강보험 적용에 앞서 문헌 연구과 유효성·경제성평가 등을 진행해 왔는데 결과는 어떤가.

△추나요법을 포함한 수기치료에 대한 문헌 고찰, 4개 대학·전문병원에서의 추나요법 비교임상 결과 추나요법을 시행한 쪽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통증 감소 및 운동범위 확대 등 측면에서 더 나은 효과를 보였다. 5월쯤 경제성평가가 마무리되고 보건복지부의 심의절차 등을 거쳐 건강보험 수가(酬價)와 건보적용 시기 등이 확정될 것이다. 연내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한방치료가 건강보험·사보험에 진입하려면 어떤 노력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가.

△신병철=의료기술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필요하다. 안전성·효과성에 대한 근거와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학술영역의 연구개발(R&D) 투자도 선행돼야 한다. 표준화를 위한 학회·정부·단체의 부단한 노력과 기술 보급이 이뤄져야 신뢰성을 확보하고 보험에 진입할 수 있다.

-추나요법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무엇이 달라지나.

△신병철=환자들은 현재 치료비의 30~40%만 부담하면 된다. ‘2016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한방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치료 상병은 근골격계 질환이다. 비수술적 치료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의학은 중의학에 비해 규제도 많이 받고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한방치료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신병철=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을 중의학(Chinese Medicine)으로 인식할 정도로 해외에서 중의학의 아성이 높다. 이를 극복하려면 끊임없이 연구 성과를 내고 세계 의료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정부도 연구 및 표준화를 적극 지원하고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정리=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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