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한 관계자는 6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작년 말 고은 선생이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올해 행사부터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을 이끌기 힘들 것 같다’는 뜻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인의 의사를 존중해 수락했고 올 가을 행사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만큼 적임자를 잘 찾아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고은 시인은 지난해 11월 광주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 기획과 작가 섭외 등을 총괄했다. 당시 시인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직 확정된 바는 없지만 주최 측의 기대와 바람이 있는 만큼 행사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위원장을 계속 맡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국립아시아전당이 주최하는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아시아와 세계 문학계를 잇는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기획됐다. 지난해 행사는 ‘아시아의 아침’을 주제로 열렸으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월레 소잉카를 비롯해 잭 로고, 사가와 아키, 현기영, 안도현, 신현림 등 국내외 작가 30여명이 참여했다.
문화예술계와 출판시장, 정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고은 지우기’가 전면화하는 양상이다.
우선 이달 중 시인의 시집을 출간할 예정이었던 대형 출판사 창비는 “현재로서는 출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실상 잠정 보류 방침을 내비쳤다. 올해로 등단 60주년을 맞은 시인은 창비와 함께 전래동화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얻은 서사시를 준비해 왔다. 시인은 ‘심청’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 원고를 지난해 말 이미 창비에 넘겼으며 200자 원고지로 1,000매가 넘는 등 웬만한 장편 소설에 버금가는 분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본지 3월6일자 35면 참조
서울시는 고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기 위해 서울도서관에 설치한 ‘만인의 방’을 철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만인의 방’은 서울시가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만든 기념사업 중 하나다. 고은의 대표작인 ‘만인보’(萬人譜)에서 이름을 따 온 이 공간은 시인이 작품을 집필한 경기도 안성시의 ‘안성서재’를 재현했다. 교육부도 중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 11종에 실린 고인의 작품을 삭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은 시인은 지난달 초 최영미 시인을 통해 성추문 전력이 드러난 이후 한 달 가까이 침묵을 이어오다 지난 2일 외신을 통해 “부인과 나 자신에 부끄러운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지금 내가 이 순간 말할 수 있는 것은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시인으로서 지닌 명예와 함께 내 글쓰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점”이라는 공식 입장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이에 박진성 시인은 지난 5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지난 2008년 한 행사 뒷풀이에서 고En 시인은 여성 3명 앞에서 지퍼를 열고 자신의 성기를 꺼내 흔든 뒤 자리에 다시 앉았다”며 고은의 성추행 행각을 추가로 폭로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