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조금 주는 일자리정책 실패한다는 KDI 경고

보조금을 줘 일자리 눈높이를 낮추는 방식의 청년 일자리 정책은 비현실적이라는 국책연구원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청년기 일자리 특성의 장기 효과와 청년 고용대책에 관한 시사점’ 보고서에서 청년의 첫 직장은 향후 10년 이상 임금과 고용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실증적 분석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청년들이 백수생활을 무릅쓰고 좋은 일자리 찾기에 목을 매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바로 ‘첫 직장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대졸 남성이 첫 직장에서 평균보다 10% 높은 임금을 받았다면 입사 후 9~10년이 지나도 평균보다 4.4% 이상 많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첫 직장이 이토록 중요한데도 정부는 고용보조금을 줄 테니 일자리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직장부터 얼른 잡으라는 식의 정책을 준비 중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중소기업의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결해 2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추경 카드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대놓고 말할 정도다.

재정의 힘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반짝 효과를 거둘지언정 중장기 실효성은 미지수다. 현재도 중소기업 청년인턴제가 시행되고 있고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밖에 안 됐다. 청년실업 문제의 번지수를 잘못 짚으면 재정만 축내는 꼴이 된다. KDI도 “일자리 조기 취득을 성과지표로 설정하는 것은 효과가 낮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일자리 문제는 고용의 주체인 기업 활력과 혁신을 북돋워 투자 확대를 유도하는 정공법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다. 다급한 마음에 우선 취업숫자 끌어올리기에 급급해서는 청년실업 대란을 결코 해결할 수 없다. 국민 세금만 끌어다 쓸 생각을 접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방안부터 고민하기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