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통해 세상읽기] 사성자인도(思誠者人之道)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중도에 포기않고 목표 향해 정진
노력 끝 결실 맺은 女컬링팀처럼
誠이야말로 만사 '지속'의 원동력
진실하지 않으면 어떤일도 못이뤄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지 보름 정도 지났다. 원래 굵직한 국제행사가 끝나고 나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다. 행사 기간에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나 행사를 빛낸 주인공들의 사연이 관심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평창동계올림픽 이야기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과거와 뚜렷하게 다른 점이 있다. 전에는 모든 관심이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집중됐지만 이번에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딴 선수만이 아니라 시상식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선전한 선수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여성 컬링팀은 동계올림픽 기간 내내 여론의 주목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여전히 식지 않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제 수준을 고려하면 컬링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환경에서 동계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획득했을 뿐 아니라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온갖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이다.

스포츠만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은 다른 사람의 관심과 인정을 받으려는 욕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 등 인기 종목은 평소에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성원에 보답하려면 자연히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반면 비인기 종목은 국제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면 그때 국민들이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도 금세 뇌리에서 잊히기 쉽다. 여자 컬링팀은 비인기 종목의 한계를 극복하고 어떻게 전 국민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됐을까. 이와 관련해 ‘맹자’와 ‘중용’에 나오는 ‘성(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국 시대에 이르면서 사상가들은 사람이 어떻게 하면 스스로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람은 현재의 부족한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욕망을 품을 수 있다. 이때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 보기 좋아 나도 그랬으면 하고 욕망을 드러낼 수 있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자신이 막상 실제로 해보면 옆에서 보던 것과 달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 특별한 상황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이 진실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자신에게 진실로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면 반짝 노력했다가 금방 그만둘 수가 없다. 자신에게 진실로 중요하다면 늘 자신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

맹자는 자연이 이해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고 늘 한결같이 진실한 모습을 드러낸다고 생각했다. 이에 “진실한 움직임은 자연의 이치(誠者天之道)”라고 말했다. 사람은 그러한 자연의 모습을 닮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에 “진실하려고 늘 집중하는 것이 사람의 이치(思誠者人之道)”라고 말했다. 중용은 맹자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이어받아 세상의 모든 일은 진실성에서 시작된다며 선언했다. “진실성이야말로 세상사 모든 일의 처음이자 끝이고 진실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제대로 이룰 수가 없다.”

사람은 욕망을 가지고 있으므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시도한다. 모든 시도는 ‘한번 해볼까!’ 하는 데서 비롯되지만 중도에 그치지 않고 아름답고 감동적인 결실을 보기가 쉽지 않다. 진실성은 시작으로 끝까지 지속하게 할 수 있는 중대한 원동력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컬링팀은 경기장을 자주 이용해 적응력을 높일 수 있는 개최국의 이점을 최대한으로 살리지 못했음에도 예선부터 결승에 이르기까지 강팀을 만나서도 조금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실력을 발휘했다. 좋은 성적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그냥 좋아서 시작한 운동을 끝까지 잘해보자는 의기투합이 결과적으로 좋은 성적의 큰 밑거름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맹자와 중용에서 말한 대로 다른 외적 조건이 아니라 진실성에 집중하고자 했던 사성(思誠)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진실성이 계속 유지된다면 컬링은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고 생활 스포츠로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운동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신정근 성균관대 유학대학장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