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KLPGA '여왕' 이정은] '독종'이요? 패션잡지·쇼핑 좋아하는 발랄한 20대랍니다

"노랫말 큰힘" 도끼의 노래 즐겨들어
"정신무장에 도움" 틈틈이 책 읽기도

지난해 말 친구 두 명과 함께한 싱가포르 여행에서 짧은 휴식을 취한 이정은. /사진제공=이정은


이정은(22·대방건설)은 중고교 시절 퍼트 연습에만 하루 12시간씩 매달렸던 ‘독종’이지만 골프장 밖에서는 여느 20대 초반 여대생과 다를 바가 없다. 옷을 좋아해 패션매거진과 TV 패션 관련 프로그램을 즐겨보고 시간 날 때 쇼핑도 즐긴다. 이정은은 “이상하게 액세서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옷만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즐겨듣는 노래는 래퍼 도끼의 노래들이다. “어릴 때의 가난과 아픔을 다 이겨내고 이렇게 성공했다는 내용의 가사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노랫말들이 큰 힘이 돼요. 또 ‘센’ 가사들도 많은데 듣다 보면 독기를 품을 수밖에 없어요.”


어릴 적 신지애의 활약을 보며 프로골퍼의 꿈을 키워온 이정은은 남다른 하체 근력으로도 유명하다. 위기의 순간에 더 빛을 발하는 일관된 샷은 단단한 하체 덕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정은은 “고2 때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하체 근육 하나는 남들보다 잘 붙는 편이었다”고 돌아봤다. “허벅지가 두꺼워져서 맞는 바지를 찾기 힘들 정도였어요. 일단 허벅지에 맞는 바지를 고른 뒤 허리를 줄여서 입어야 했죠.” 이정은은 프로 데뷔 후에는 체력훈련 시간의 대부분을 상체운동에 쏟고 있다.

이정은이 골프채 다음으로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은 바로 책이다. 비시즌은 물론이고 시즌 중에도, 대회 기간에도 틈틈이 책을 읽는다. 마음에 와 닿는 문구가 있으면 기억해놓았다가 다음날 경기 내내 되뇌기도 한다. 라운드 중 몰입의 비결인 셈이다. 이정은은 “골프는 몸보다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 스포츠 아닌가. 흔들리고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려고, 또 더 강해지려고 책을 본다”고 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는 ‘양강’ 전망이 지배적이다. 독주 채비를 갖춘 이정은에게 슈퍼루키 최혜진이 거센 도전을 걸어오는 형국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정은과 최혜진은 국가대표 시절 한솥밥을 먹은 사이다. 이정은은 무서운 후배와의 경쟁을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장’의 안정에 비춰서 풀어냈다. “걸출한 선배님들이 미국 무대에 진출할 때마다 이러다 국내 투어 인기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어요. 근데 (최)혜진이가 들어오면서 투어 흥행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누가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제가 속해서 뛰고 있는 투어도 생각해야죠. 실력 좋은 후배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건 언제든 환영입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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