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의혹으로 경찰의 수사를 받다가 숨진 채 발견된 배우 조민기가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 됐다.
1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조씨가 전날 숨진 창고에서 A4용지 크기, 종이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그동안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과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족의 입장을 고려해 유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씨는 9일 오후 4시 5분께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한 대형 주상복합 건물 지하 1층 창고 안에서 목을 매 있는 것을 조씨의 부인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사진 = 사진공동취재단
그와 연락이 닿지 않던 아내가 그를 발견해 급히 응급실로 후송했다. 조씨는 심정지 및 호흡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인근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5시쯤 건대병원 응급실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현재 조민기의 자살동기 등을 파악 중이다.조씨는 사고 당일 오전 외출 중이던 아내에게 ‘바람 좀 쐬고 오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후 연락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아내는 오피스텔 관리실에 조씨를 찾아달라 요청했고, 관리실 직원이 오피스텔 건물을 수색했다. 아내는 집에서 지하창고 열쇠 2개 중 1개가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창고에 내려갔다가 조씨가 숨진 것을 발견했다.
검안의가 1차 검시한 결과 사망 시간은 오후 3시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아 부검하지 않는 것으로 검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조씨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하던 중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피해자의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경찰 수사를 받아왔고 오는 12일 경찰에 소환될 예정이었다.
유서가 발견되기 전, 한 매체에 사과의 뜻을 담은 자필 편지를 보낸 사실이 공개되기도. 조민기는 손 편지를 통해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저의 죄”라며 “너무나 당황스럽게 일이 번지고, 제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시간들이 지나다보니 회피하고 부정하기에 급급한 비겁한 사람이 되었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조씨는 또한 “모멸감 혹은 수치심을 느낀 제 후배들에게 먼저 마음 깊이 사죄의 말을 올린다. 덕분에 이제라도 저의 교만과 그릇됨을 뉘우칠 수 있게 되어 죄송한 마음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10일 큰 슬픔에 잠겨 있던 유족 대표는 “유족들이 큰 슬픔 속에 빈소를 지키고 있다. 입장을 따로 밝힐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장례식과 발인 모두 비공개로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였던 고인의 장례 일정은 4일장으로 치러질 예정. 빈소는 서울 건국대학교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12일 오전 6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군 복무 중이던 고인의 아들 조경현 씨는 9일 오후 9시 넘어 황급히 장례식장을 찾았고, 딸 조윤경 씨는 10일 저녁께 귀국할 예정이다.
‘미투 운동’의 일환으로 경찰 조사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 그의 사망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기고 있다.
지난 1993년 MBC 22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조민기는 드라마 ‘야망’을 시작으로 ‘사랑과 야망’ ‘일지매’ ‘에덴의 동쪽’ ‘선덕여왕’ ‘아내가 돌아왔다’ ‘욕망의 불꽃’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했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SBS TV 예능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 딸과 함께 출연해 ‘신세대 아빠’, ‘딸바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