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업계 고위 관계자는 “이번 달 말이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롯데면세점이 철수한 자리에 들어올 새 사업자 모집공고가 나고, 공사가 제시한 ‘임대료 27.9% 일괄 인하’안이 첫 적용되는 임대료 정산 작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4월 초께 T1 사업자들이 납부한 임대료 가운데 제2 여객터미널(T2) 오픈으로 인한 매출 감소를 반영해 더 낸 부분은 돌려준다. 임대료는 후납 방식으로 매달 내고 있지만 T2 오픈으로 인한 여객 수 감소를 반영한 1·4분기 정산을 이때 한다는 것. 지난달 13일 공사가 T1 면세 사업자들에 통보한 ‘임대료 27.9% 일괄 인하안’의 첫 적용인 셈이다.
하지만 신라와 신세계 등을 비롯해 T1에 입점한 면세 사업자들은 권역별 ‘차등 감면안(30%+@)’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임대료 정산일이 다가오기 전 중도 철수 등 결단을 내릴 태세다.
공항공사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이런 가운데 공항공사는 지난 9일 롯데면세점에 사업권 계약 해지 승인 공문을 보냈다. 앞서 롯데면세점은 공사의 임대료 27.9% 인하 안에 동의했고, 중도 철수에 따른 위약금 1,870억 원을 모두 납부해 공사의 승인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공사가 롯데면세점 철수를 승인한 것은 임대료 27.9% 일괄 인하 안을 밀어 부친다는 의미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사가 롯데의 철수 안을 승인해줄 경우 사실상 임대료 인하안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신라와 신세계 측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항공사는 “이미 철수 의사를 밝힌 사업자와의 철수 마무리 작업과 남은 사업자들과의 임대료 협상은 별건”이라고 일축했다.
신라·신세계 등 T1 사업자들은 일단 27.9% 인하가 처음 적용되는 첫 정산일이 다가오기 전 인천공항공사가 전향적으로 요구에 응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공사 측이 나머지 T1 사업자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 인천공항공사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면세점 임대료를 10% 인하했다가 감사원으로부터 ‘방만 경영’에 대한 감사를 받은 바 있다.
현재 공사와 면세 사업자 간 협상 일정은 잡혀 있지 않은 상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T1 면세 사업자들의 요구 사항을 공사가 들어주겠다는 어떠한 제스처도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도미노 철수”라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