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판 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사회 강화 측근 전진배치...'힘 모으는' 김범수

송지호, 여민수, 조수용 등 최측근 사내이사 내정
의장 중심 이사회 9인체제로 개편...권한도 강화
지분 매각 등 2선 후퇴하는 이해진과 상반된 행보



국내 인터넷 업계를 대표하는 두 명의 창업자 행보가 올해 들어 명확하게 엇갈리고 있다. 김범수 로엔(016170)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을 인수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16년 3월부터 1년 동안 사외이사직을 수행했다.

이번에 카카오의 사업 정관이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것도 김 의장에게 힘을 실어줄 전망이다. 정관에 명시된 이사회 승인 필요 안건을 ‘중요한 정책 및 계약’에서 ‘중요사항’으로 바꿔 범위를 넓히기로 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이사회의 주요 승인 항목을 정관에서 규정하지 않고 자체 규정에 따르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김 의장은 카카오와 주요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인사부터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른바 ‘30대 CEO 발탁’으로 국내 정보기술(IT)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은 임지훈 대표의 연임 대신 광고와 마케팅 전문가로 공동 대표 체제를 구축했고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페이 등 자회사 투자 유치를 주도한 박성훈 최고전략책임자(CSO) 겸 로엔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시 떠나 보냈다. 카카오 사정에 밝은 IT업계 관계자는 “김 의장 본인(3년) 외에는 이사회 구성원의 임기를 1~2년 단위로만 연임시키는 것을 봐도 ‘강력한 2인자를 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고 해석했다.

반면 네이버의 이 창업자는 경영에서 자신의 입김을 빼는 것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사회 의장 자리는 이미 지난해 3월 벗어 던졌고 지난달에는 사내이사 자리를 19년 만에 그만둔데 이어 보유 지분을 추가로 3.72%까지 낮췄다. 이 창업자가 보유 지분을 더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는 이 창업자의 행보를 두고 “해외 사업에 주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입장을 냈지만 오는 5월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집단 총수(동일인) 지정을 피하기 위한 사전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내 인터넷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 행보를 보면 상당히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경영실적에 어떻게 반영될 지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민구기자 ming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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