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괴물들’ 이원근, 소가 되새김질 하듯, 끊임없이 돌아보는 이유

“‘괴물들’은 학교폭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고, 자신들이 어떤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알 수 있을 영화입니다.”

배우 이원근이 학교폭력의 사슬 속에서 점차 괴물이 되가는 10대로 돌아왔다.

8일 개봉한 영화 ‘괴물들’(김백준 감독, (주)K 프로덕션·버티고필름·플로우식스 제작)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야 하는 소년과 원하는 건 어떻게든 가져야 하는 소년, 그리고 그 두 소년 사이에 있는 천진난만한 소녀.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10대들의 권력과 폭력의 비극을 그린 청춘느와르다.

‘괴물들’은 자신을 괴롭히던 같은 반 급우에게 제초제 음료수를 먹여 복수하려고 했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배우 이원근 /사진=리틀빅픽처스
부산-롯데 창조영화펀드, 영화진흥위원회 국제공동 지원작으로 선정되며 기획 단계부터 주목 받은 ‘괴물들’은 앞서 ‘이웃사람’을 연출했던 김휘 감독이 제작했다. 배우 이원근, 이이경, 박규영, 오승훈 등이 제 몫을 해내며 완성도를 높였다.

‘괴물들’은 평범해 보이는 고등학생 ‘재영’의 일상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교폭력에 대하여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냈다. 오랜 시간 동안 독립영화계에서 활동하며 경계에 놓인 인물들을 조명하는 것에 집중해온 김백준 감독이 5년 동안 준비한 작품이다. 김백준 감독은 “사회적 안전망에서 벗어난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따라가다 보면 세상의 모습이 조금씩 드러난다”고 연출 의도를 밝힌 바 있다.

영화의 미덕은 약자를 대상으로 발현되는 폭력의 속성과 쉽게 벗어날 수 없는 폭력의 굴레를 조명한 점. 가해자로 고통 받던 소년 ‘재영’이 살아남기 위해 충격적인 선택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관객을 충격과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끊을 수 없는 폭력의 사슬에 묶인 순수한 청춘이 변해갈 수밖에 없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배우 이원근을 만났다.

Q.영화 ‘그물’(감독 김기덕), ‘여교사’(감독 김태용). ‘환절기’(감독 이동은)등 영화 속에서 유독 사연 있고, 위태롭고 어두운 역할을 주로 맡았다. 작품 선택 기준은?

A. 정말 사람 사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메시지 있는 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작품에 눈길이 가고, 느끼면서, 남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게 제 스타일이라면 스타일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환절기’의 용준과 ‘괴물들’의 재영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용준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위태로운 인물이다면, 재영은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아이이고 이유를 말해달라고 한다. 그 점에서 유독 다르다고 봤다.

Q. ‘괴물들’을 촬영하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A. 감독님 말투가 시나리오에 많이 녹아있다. 샴페인 뚜껑을 따는 장면에서, 원래는 ‘재수 좋죠’ 란 대사가 써 있었다. 그런데 올드한 느낌도 있고, 말을 내 뱉는데 입에 붙지 않았다. 박규영 배우님도 힘들어했다. 그래서 감독님 이거 ‘운 좋죠’로 바꾸면 될까요란 의견을 내서 바꾸게 됐다. 그런 식으로 감독님 말투가 빗대어 가는 장면들이 있다.

‘괴물이란 단어가 영화 속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촬영하면서 ’다른 걸로 대체하는 게 어때요?‘란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자가 가해자가 될 수 있는 중립적인 의미의 단어를 썼으면 했다. 하지만 감독님이 그 단어를 그대로 쓰시길 원하셔서 ’알겠습니다‘고 했다.

Q. ‘괴물들’이 여타의 학교폭력 영화랑 다른 매력을 말한다면?


A. 결말로 이야기하면 ‘또 눈을 뜬다’고 하는 지점이다. 학교 폭력 영화를 다 찾아봤는데, 암담하고 우울하게 끝나는 영화가 많더라. 저희 영화는 뭔가 새롭게 출발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눈을 껌뻑 껌뻑이다가 뜨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영화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 그게 다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배우 이원근
Q. 여러번 원근씨를 인터뷰했다. 지극히 내성적인 사람이다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하지만 인터뷰 때 보면 상당히 활발하게 이야기를 잘 한다.

A. 맞다. 내향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에게 그렇게 안 보인다면 제가 정말 노력하는 것 거다. 제 기운으로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걸 원하지 않아서 노력한다. 성격적으로 활발하지 않고, 그런 외로움을 즐기는 사람이다. 그게 남들과는 다르다고 본다.

Q. 자신의 작품을 수십 번 보면서 모니터링을 한다고 들었다.

A. 배우로서 더 성장하기 위해 보는 게 가장 크다. 매일 저를 상기 시킬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또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다. 제 목소리를 작품에서 들을 땐 옛날엔 낯설었는데, 지금은 신기하다. 연기할 때 목소리가 평상시 목소리가 달라서 그런가 보다. 평상시엔 말에 힘이 없다. 한 톤으로 말 하는 편이라, ‘나왔어’ ‘잔다’ ‘나가야 돼’ 이렇게 다 똑같은 톤으로 말한다. 영화할 때처럼 내 말투를 집게로 집어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Q.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배우인가?

A. 배우가 자기 연기에 만족하면 그 이상의 성장은 없다고 하지 않나. 스스로 만족을 못해서도 그렇지만 성장하기 위해서 채찍질 하게 된다. 훅 지나가는 장면이니 ‘이 정도면 됐어’ 하고 넘어가게 되면 정말 발전이 없다. 연기 뿐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럴 것 같다. 그래서 더 보게 되고 힘든 과정들 속으로 들어간다. 제 작품을 보면서, 꼬투리 하나 하나 다 잡아가는 편이라 절 편하게 못 둔다. 이런 부분들이 어찌됐든 간에 되게 긴장감을 주고, 성장시켜주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Q.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A. 스스로에게 고마운 건, 저를 그대로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점이다. 항상 내 연기에 대해 아쉽고, 무언가 찾으려고 한다. 제가 나온 영화를 10번 이상을 보는 편이다. 볼 때마다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걸 가지고 아쉬워만 하면 안 된다. 다음에 할 때 또 그러면 안 되니까. 소가 되새김질 하듯, 스스로를 계속 되돌아본다. 공부 해 내가는 게 가장 힘들 수도 있지만 가장 보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Q. 영화 속에서 재영은 따라가고 싶지 않았던 가치를 은연중에 따라가게 된다. 이원근이란 인간에 대입한다면?

A. 제가 추구하는 저의 모습이 있는데 ‘변했다’는 말을 듣는 게 싫다. 안 변했다는 걸 보여줘야 나중에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변했다는 게, 예전엔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더니 요즘엔 연락도 안 된다거나. 성격이 좀 더 예민해졌다거나 이런 것들이다.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데 그게 크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제가 안 했던 행동들을 하게 됨 상대방이 깜짝 놀라는 것도 그렇다. 변하지 않는 이원근 그대로를 보여드리고 싶다.

Q. ‘학교폭력’문제에 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A. 학교폭력이란 것 자체가 누구나 당할 수 있는 문제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기에 어른들이 나서서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학교폭력이 있어선 안 되겠지만, 그 문제가 끝까지 치닫게 되는 건 당사자인 그들의 잘못이기도 하지만 분명 어른들이 방관하고 쉬쉬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새학기가 시작되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또 전학을 가는 친구들이 존재한다. 그 힘듦 속에서 삐걱거리는 게 있으면 학교에선 외톨이 신세가 될 수 있다. 그걸 저지해줄 수 있는 건 우리 선생님과 우리 부모님들 밖에 없다. 내 자식 일 아니니 괜찮다겠고 생각하지 말고,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심 좋겠다. 저희 영화를 안 보시더라도, 아이들의 시선에서 한번 더 고민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됨 10대들이 학교 생활을 좀 더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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