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60조 원 회복한 포스코, 미래 신사업으로 제2 도약 노린다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8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실적에 날개를 달았다. 3년 만에 매출 60조 원대로 복귀하며 성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개발해 미래형 제철소로 변신하고, 에너지·소재 분야 투자를 늘리는 투 트랙 전략으로 미래 성장을 꾀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0조6,551억 원, 영업이익 4조6,21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영업이익은 62.5% 증가했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부실 계열사를 털어내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60조6,551억 원, 영업이익 4조6,21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3%, 영업이익은 62.5% 증가한 것이다. 포스코 매출액은 2011년 처음 60조 원대를 기록한 후 4년간 지속됐지만 2015년 50조 원대로 떨어졌다가 이번에 다시 60조 원대를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최근 6년간 가장 높은 수치였다.

포스코는 2000년 후반까지 안정적인 성장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던 새 사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최악의 경영 위기를 겪었다.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신성장사업에서 손실이 이어지며 한 때 7조 원을 상회했던 영업이익(연결기준)이 2조 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그 결과 대외신용도 역시 추락했다.

권오준 회장은 2014년 취임 직후부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했다. 포스코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해 우선 비핵심 철강사업을 팔았다. 스테인리스 봉형강을 생산하던 포스코 특수강은 경영 실적이 나쁘지 않았는데도 업종 전문화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매각을 진행했다. 철강 제품 가공·유통회사인 포스코 P&S와 포스코 AST 등은 포스코대우로 합병했다. 포스코 LED 등 비핵심 사업도 매각했고, 포스하이알, 중국 목단강제지 등도 정리했다. 한때 71개였던 포스코 국내 계열사는 절반 수준인 38개로 줄어들었다. 해외 계열사도 181개에서 124개로 축소됐다.

반면 철강사업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인 ‘월드프리미엄(WP)’을 개발하고 이를 생산·판매해 경쟁력을 높였다. 이는 지난해 자동차, 조선, 건설 업황이 좋지 않았던 상황에서도 포스코가 최대 영업이익을 올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2014년 WP 제품 판매량과 판매 비중은 약 1,000만 톤, 30%대 초반이었지만, 지난해엔 1,733만 톤, 53.4%로 급증했다. 취임 이후 줄곧 ‘철강본원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 권오준 회장의 주문에 따라 계열사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고급 제품 생산을 강화한 것이 포스코 재도약의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이었다.

자동차 강판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WP 제품이다. 포스코는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강도가 높고 성형성도 우수한 ‘기가스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4월 광양제철소에 연산 50만 톤 규모의 기가스틸 전용 자동차 강판 공장 ‘No.7 CGL(용융아연도금강판공장)’을 준공했다. 또 쌍용자동차의 G4 렉스턴 프레임에 1.5기가파스칼급 자동차 강판을 적용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자동차에 기가스틸 적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900만 톤 수준인 자동차 강판 판매량을 2018년 1,000만 톤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솔루션 마케팅 기반으로 자동차 강판에서 WP 제품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을 7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회사에 대한 시장 전망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특히 내부 구조조정 마무리와 우호적인 외부 변수가 동시에 맞물려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철강 감산 정책과 글로벌 경기 회복에 따라 철강 제품 가격이 오른 것도 포스코 수익성 개선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포스코를 중국 철강 공급 축소 계획의 핵심 수혜 기업으로 꼽으며, 포스코의 철강 스프레드(제품 판매단가와 투입원가의 차이)가 지난 1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백재승 삼성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이 중간 단계에 접어들었고, 글로벌 경기 회복이 가속화되고 있는 현시점의 실적 상향을 반영해 목표 주가를 50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한유건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14년부터 이어진 구조조정이 추가적인 재무구조 개선으로 이어져 기업의 본질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51만 원으로 제시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도 최근 포스코의 장기 기업신용등급에 대한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다시 ‘긍정적(Positive)’으로 상향 조정하고, 향후 1~2년 간 지속적으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 강판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월드프리미엄 제품이다. 포스코는 알루미늄보다 3배 이상 강도가 높고 성형성도 우수한 ‘기가스틸’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에겐 걸림돌도 있다. 미국의 ‘철강규제’가 올 상반기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53% ‘관세 폭탄’을 부과하는 미국 상무부의 대상에 한국이 포함된 만큼, 그것이 현실화할 경우 국내 철강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권오준 회장은 미국의 한국 등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 권오준 회장은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한국철강협회 정기 총회에서 “정부에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우리 철강업계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향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방안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정부와 업계가 상호 협력해 예상 가능한 여러 어려움에 대한 대안 방안을 수립 중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포스코는 기존 철강 사업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통해 고효율 미래형 제철소로의 변신과 에너지·소재 분야 투자 확대를 추진하는 투 트랙 미래 전략을 펼치고 있다. 권오준 회장은 연초 시무식에서 “새로운 50년을 맞아 멀리 보고 밝게 생각하는 ‘시원유명(視遠惟明)’ 자세로 분발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바 있다. 어두웠던 구조 조정 터널에서 벗어나 밝은 미래 먹거리를 찾아보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포스코는 철강산업, 에너지, 건설, 화공 등 그룹 본연의 사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을 추진해 자체 경쟁력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별화한 융복합 사업을 새로 개발해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추진 중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마트팩토리 개발 속도를 올리고 핵심공정의 효율성을 더욱 높여 친환경 고효율의 미래형 제철소 구현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월 권오준 회장이 포스코 CEO로선 처음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18’에 참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권 회장은 스마트기술의 트렌드를 직접 보고 철강, 건설, ICT, 에너지 등 그룹사 전반에 이를 접목하는 방안을 찾기 위해 CES를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CES 참관 이후 “인공지능(AI)과 화상기술의 융합은 철강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널리, 아주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흐름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발전해야 하며, 포스코는 ICT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스마트 제조업을 만들어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는 최근 GE와 제철 설비에 최적화된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을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스마트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했다.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인 ‘포스프레임(PosFrame)’과 GE의 대표적인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인 ‘APM(설비자산 성과관리솔루션)’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포스프레임 플러스(PosFrame+)’를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게 골자다. 명실공히 친환경·고효율 미래형 제철소 구현에 방점을 찍은 것이다. 포스코는 건설, 에너지 등 그룹 계열에도 포스프레임 기반 스마트 솔루션을 적용해 경쟁력을 높이고 새 스마트사업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포스코는 그룹의 미래를 이끌 신사업으로 리튬이온 전지 소재를 낙점하고 관련 사업에도 진출했다. 권 회장이 ‘CES 2018’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ICT 신기술을 중점적으로 본 것도 향후 리튬사업의 전략 방향을 수립하기 위해서였다. 리튬이온 전지는 양극재(리튬 포함),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되는데, 포스코는 리튬, 양극재, 음극재를 직접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는 2010년 독자기술을 통해 리튬을 개발하고 지난해 광양제철소에 탄산리튬 생산공장을 준공해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현재는 남미, 호주 등에서 리튬 함유 염수와 광석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2012년에는 포스코ESM을 설립해 연간 7,000톤 규모의 양극재를 생산하고 국내외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 납품을 하고 있다. 포스코켐텍은 국내 최초 독자기술을 적용한 고용량 전기자동차 배터리용 음극재 양산에 성공했다. 현재는 연산 1만 2,000톤 규모의 국내 최대 음극재 생산판매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스코는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부턴 세계 최대 리튬이온 전지 시장인 중국에 본격 진출한다. 이를 위해 지난달 말 중국 화유코발트와 양극재 생산법인 합작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화유코발트는 전 세계 리튬이온 전지제조에 필요한 코발트 수요량의 절반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기업으로, 자체 코발트 및 니켈 광산도 보유하고 있다. 이 계약을 통해 포스코는 중국 현지에서 양극재를 직접 제조·판매하고, 코발트, 니켈, 망간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양극재 시장은 2016년 21만 톤에서 2020년 86만 톤으로 4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와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 IT용 대용량 배터리 등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빌딩 등 스마트화 역량을 축적해 국내는 물론 해외 스마트팩토리 시장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갈 것”이라며 “미래 신성장 사업 중 하나인 리튬이온 전지 소재 사업도 이번 중국기업과 합작을 통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포스코가 이처럼 미래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는 것은 최근 4년간의 구조조정이 사실상 종착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처럼 무리하고 방만한 신사업 추진은 경계해야겠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계속해 나가야 한다. 포스코의 성장 엔진이 다시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 / 하제헌 기자 azzuru@hmgp.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