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기존 대학은 잊어라" 프로젝트 중심 혁신스쿨이 인재 키운다

1부. 교육 패러다임 시프트
<1> 수명 다한 주입식 교육
캠퍼스 없는 미네르바스쿨·스페인 MTA 등 단순 강의 탈피
기업과 다양한 프로젝트 진행, 창의력·문제해결 역량 향상
구글·페북·아마존은 '나노학위' 등 과정 통해 인재 확보도

미네르바스쿨 학생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진행된 학기말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한양대 소립자물리학(EPP) 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프로젝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전세계 7개 도시를 순회하며 수업을 듣는 미네르바스쿨은 해당 국가의 대학·기업들과 연계한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현장 지식을 배운다./사진제공=미네르바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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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인 최다나(20)씨는 지난 2016년 초 고교 졸업을 앞두고 신생 대학인 미네르바스쿨에 지원했다. 정치학과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싶었던 최씨는 정해진 캠퍼스 없이 학기마다 샌프란시스코·서울·베를린·런던·부에노스아이레스 등 전 세계 주요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수업을 듣는 미네르바스쿨이 더 넓은 세계와 문화를 경험하며 세계 시민의식을 키울 수 있는 곳이라고 판단했다. 합격 후 샌프란시스코에서 1학년 과정을 끝낸 최씨는 지난해 9~12월 서울에서 2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친 후 지금은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2학기 수업을 듣고 있다. 최씨는 “미네르바를 선택하게 된 계기는 ‘어센트(Ascent)’라는 합격생 오리엔테이션에서 봤던 공동체 의식이 결정적이었다”며 “오리엔테이션 마지막 날에 한 학생이 제작한 비디오를 놓고 둘러앉아 피드백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커뮤니티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14년 개교해 아직 졸업생도 배출하지 못한 미네르바스쿨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 됐다. 미네르바스쿨의 파격은 단순히 캠퍼스가 없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수업 내용과 방식에서도 기존 대학의 커리큘럼, 교수 방식과 차별화된다. 미네르바스쿨은 창의적 사고, 비판적 사고, 효과적 의사소통, 효과적 상호작용 등 4개 카테고리를 120가지 주제로 나눠 교양·전공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은 사전에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교수가 내준 과제를 해야만 참여할 수 있다. 이른바 ‘거꾸로 학습’이라고 불리는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채택했다. 또 방문 국가의 유명 대학·기업에서 인턴십을 하거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문제 해결력을 키운다. 서울에서도 네이버·SAP코리아·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의 기업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미네르바스쿨 2·3학년 학생들이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학기말 프로젝트 발표회를 갖고 있다. /사진제공=미네르바스쿨
창의적이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키우려면 기존의 일방통행식 강의에서 벗어나 미네르바스쿨처럼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프로젝트 중심 교육(Project Based Learning·PBL)’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의 몬드라곤팀아카데미(MTA)는 PBL의 극단적 사례로 꼽힌다. 몬드라곤협동조합이 2007년 설립한 MTA 역시 미네르바스쿨처럼 캠퍼스나 강의실이 없고 심지어 교수와 강의도 없다. 대신 팀 코치가 창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면서 리더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15명 안팎의 학생들은 팀을 이뤄 4년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소통·협력하는 방법을 배운다. 학생들은 매년 20개 내외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쌓은 실전 경험과 협업·소통 능력을 바탕으로 대부분 창업에 나선다. 스페인뿐 아니라 중국·네덜란드·멕시코·인도 등 6개국에 11개 랩을 운영하는 MTA는 입소문을 타고 각국의 젊은이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교육기관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미네르바스쿨 학생이 인터넷을 통해 수업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미네르바스쿨
미네르바스쿨과 MTA가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으로 고등교육의 혁신 사례로 꼽힌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는 기업들이 선호하는 인재 확보 통로가 되고 있다.

2012년 설립된 ‘코세라’는 29개국 161개의 대학·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2,600개 안팎의 온라인 강의 코스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수강한 인원만 2,500만명이 넘는다. 인공지능(AI)과 딥러닝, 자율주행차 등에 특화된 강의를 제공하는 ‘유다시티’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단기간에 양성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공동출자한 ‘에드엑스(edX)’는 데이터 분석과 같은 공학뿐 아니라 인문학과 사회학·법학 등 27개 주제에 걸쳐 방대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아마존·엔비디아 등 실리콘밸리 내 IT 기업들은 이들 무크와 제휴를 맺고 자사가 제작한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나노 학위(nano degree)’를 취득하거나 ‘마이크로 마스터 프로그램(Micro Masters)’을 이수한 수강생을 선별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김창경 한양대 과학기술정책학과 교수는 “AI 등 첨단 분야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빨라 기업들은 학부·대학원 등 기존 학제를 모두 마친 학생들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무크와 나노 학위 등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스스로 빨리 양성해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과거와 같은 채용 방식을 고수하고 있으니 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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