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북핵 문제가 해결된 후 남북 경협이 뒤따르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개성공단이 재가동되고 꽉 막혔던 인적·물적 교류가 이뤄진다면 긴장완화는 물론 개성공단 폐쇄로 큰 피해를 본 입주업체들에 활로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협을 논할 때가 아니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고는 하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의 단계와 방식, 북한이 요구하는 체제보장의 방법, 핵 폐기 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조건 등 모든 것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첩첩이 쌓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해도 모자랄 판에 벌써부터 경협 운운하니 과속 경고가 잇따를 수밖에 없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4월과 5월에 열릴 남북과 북미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성과를 끌어내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한 치의 틈만 보여도 북한은 이를 이용하려 들 것이다. 최고 수준의 제재와 압박이라는 대북 국제공조의 대열을 흐트러뜨리지 않고 물샐 틈 없는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유지해야 모처럼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완전한 핵 폐기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라는 궁극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남북 경협은 이 모든 것이 확인된 후 시작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한눈을 팔지 말고 오직 북한의 비핵화에만 매달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