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들이 월 2만 원에 1.4GB 이상의 데이터 제공을 골자로 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막기 위한 요금제 개편을 완료했다. 다만 상위요금제에 혜택이 집중되거나 전체 고객의 7% 내외에 불과한 무약정 고객 대상의 데이터량을 늘렸다는 점에서 이통사들의 의도대로 보편요금제 도입에 브레이크가 걸릴지는 미지수다.
14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KT(030200)가 무약정 고객 대상의 LTE 데이터 제공량을 확대하며 이통 3사의 요금제 개편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LG유플러스(032640)가 지난달 8만 원대에 속도와 용량 제한 없는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으며 촉발된 요금 개편 경쟁은 SK텔레콤(017670)이 이달 초 무약정 고객에게 포인트 제공하는 제도를 선보이며 업체 간 경쟁이 붙었다.
KT는 월 3만2,890원 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을 기존보다 3.3배 늘린 1GB 만큼 제공하기로 했다. 월 3만8,390원 요금제는 기존 대비 2.5배 늘린 2.5GB를 제공하며 4만 원대 이상 요금제 또한 데이터 제공량을 2배 가량 늘렸다. 다만 해당 요금제의 경우 무약정 고객 대상이기 때문에 통신요금을 25% 할인해 주는 선택약정 혜택은 받을 수 없다. KT는 이외에도 자사 고객 간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인 ‘Y데이터박스’를 출시해 특정 1인에게 월 최대 2GB의 데이터 제공이 가능케 했다. KT는 또 20% 약정할인 고객이 25%로 재약정할 경우 잔여 약정 기간에 상관없이 할인반환금을 유예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해외 로밍시 음성통화료를 초 단위로 과금하는 제도는 올 하반기 실시한다.
이처럼 이통사들의 요금제 개편에 대해 정부는 일단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지만 일부 소비자를 중심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KT가 이날 공개한 요금제는 25% 선택약정 할인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대다수 고객이 요금인하를 체감하기 힘든 탓이다. 앞서 LG유플러스의 무제한 요금제에 대해서도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유도해 수익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고 SK텔레콤의 무약정 고객 대상의 포인트 제공 조치 또한 대다수 약정 고객은 혜택을 볼 수 없다.
한편 정부는 약정할인 25% 상향을 관철 시킨 여세를 몰아 오는 6월 보편 요금제 도입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로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통신비 절감 1호 공약인 ‘통신 기본료 폐지’가 사실상 물 건너간 만큼 이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