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은행이나 보험 등 통상 금리 인상 수혜주로 꼽히는 금융주는 오히려 주춤하고 있다. 또 다른 수혜주로 분류되는 경기 민감주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전문가들은 수혜 여부보다 해당 업종 자체의 전망을 더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인 금리 상승 수혜주인 은행업종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27% 하락했다. DGB금융지주(139130)가 4.03% 하락해 변동 폭이 가장 컸고 우리은행(000030)(-2.21%), JB금융지주(175330)(-2.16%), 광주은행(192530)(-2.13%), 하나금융지주(086790)(-1.59%) 등이 뒤를 이었다. 연초 326.46이었던 은행업종 지수는 이날 316.45로 3% 넘게 떨어졌다.
또 다른 수혜주인 보험업종 지수 역시 이날 전일보다 0.06% 하락한 2만315.42로 마감했다. 연초 대비 보험업종 지수는 2.75% 뒷걸음질쳤다.
은행의 경우 대출금리는 빠르게 오르는 반면 만기가 짧은 예금 금리는 천천히 올라 순이자마진(NIM)이 개선되고, 보험사는 운용자산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투자 수익이 늘어나고 보증준비금에 대한 부담은 줄어들어 통상 금리 인상은 두 업종에 호재로 꼽히지만 현재 주가 흐름은 이와 배치되는 것이다.
증권가는 이 같은 흐름이 일시적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인상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주가에 이미 반영이 됐고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 19개 은행이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인 11조2,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기도 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과 기관이 은행주를 순매도하며 수급 여건이 악화했으나 주가 약세는 과도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은행이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실적을 쌓아온 만큼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당국은 기업 대상 금융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은행의 구조적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은행주의 약세는 예상치 못한 외부요인도 원인이 되고 있다. 은행지주를 겨냥한 금융당국의 채용비리 수사 등은 주가에도 부담요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불과 1월 초중순만 하더라도 금리 인상 기조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감과 호실적 분위기를 타고 은행주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면서 “그러나 2월 들어선 글로벌 증시 조정과 함께 은행지주 경영진을 겨냥한 채용비리 수사가 이어지고 있고 3월 말로 예정된 은행권 주총을 앞두고 노사 갈등을 보이는 은행 지주들이 적지 않다 보니 은행 업종 전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많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보험업 역시 성장 정체가 금리 인상의 수혜를 상쇄하는 양상이다. 금리 상승 전망에도 불구하고 보험업종의 주가가 하락한 것은 지난해 4·4분기 실적이 시장의 눈높이를 밑돌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연초 국내 증권사들은 10대 상장 보험사(생명보험사 5개·손해보험사 5개)의 지난해 4·4분기 당기순이익이 5,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실제 당기순이익은 2,140억원으로 추정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올해 실적 전망도 그렇게 밝지 않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전체 보험산업의 보험료 수입은 전년보다 1.2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며 2016년 3.5%, 2017년 2.2%에 이어 증가세가 꾸준히 둔해지고 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종 주가 하락은) 지난해 보험사의 실적이 기대치보다 낮아 실망 매물이 많아진 탓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 주가 흐름이 다시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상을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기 민감주 사이에서도 희비가 엇갈린다. 정유주는 휘발유 성수기, 호경기에 따라 중간유분 수요가 커지면서 전망이 긍정적이나 철강주는 미국의 25% 관세 부과 여파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