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 주민들이 서쪽 해안 산책로 아래에서 해산물을 채취하고 있다.
제부도 산책로에는 이니셜 J자로 상징물을 만들고, 섬의 상징인 괭이갈매기, 꽃게 모습을 형상화 해 난간 위에 설치했다.
지난 1990년대는 육지에서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이 지금처럼 넓지 않았다.
섬으로 들어가는 동안 맞은편에서 차가 올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고 길을 건너다 진흙에 빠진 차를 마을 트랙터가 와서 끌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제부도의 모습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얘기다. 지난주 찾았던 제부도는 2차선 폭은 충분히 될 법한 도로가 나 있어 차들이 쌩쌩 달렸다. 기자는 달라진 그 모습을 9일 완공된 제부도 맞은편의 워터워크에서 바라봤다.
워터워크는 화성시가 지자체 내 첫손가락에 꼽히는 관광지인 제부도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조성한 구조물이다. 육지 쪽에서 시작되는 나무계단을 오르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10㎡ 정도의 공간이 나오는데 “이곳을 무대로 활용해 공연을 할 수도 있다”는 게 마중 나온 유운호 화성시 관광정책팀장의 설명이다.
“제부도는 갈라지는 바닷길 덕에 화성 관광의 1번지로 자리매김했다”는 유 팀장의 말처럼 썰물이 진 갯벌 가운데로 아스팔트 도로가 제부도를 향해 뻗어 있었다. 이 도로가 한반도의 심장인 수도권의 관광객을 제부도로 보내주는 핏줄 역할을 하는 셈이다. 대대로 이 섬에 살아온 최석만 제부도발전협의회장은 “제부도는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미 관광지였다”며 “대학생들이 MT를 오는 명소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옛날에는 갯벌에 다리가 푹푹 빠지면서 건너오거나 배를 타고 넘어와야 했다. 주민들은 그 갯벌 위로 징검다리를 만들어 건너다니기 시작했고 징검다리 주변에 돌들이 늘어나면서 길이 놓였다. 마침내 1980년대 초반이 되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생겼다. 25년 전부터는 양방향으로 차가 다닐 정도로 폭이 확장됐다.
이 길을 따라 들어가면 둘레 5㎞의 작은 섬 제부도를 만날 수 있다. 면적은 130만㎡(45만평)로 주민들은 이 땅에서 밭을 일구고 어로로 연명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생업이 상당 부분 관광 관련 사업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11월 현재 제부도를 찾은 관광객들의 숫자가 200만명이라는 사실이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한다. 관광객들이 제부도에서 즐기는 것들은 갯벌체험과 산책로 탐방, 바다낚시 등이다.
그 중에서도 낙조 감상을 빼놓을 수 없는데 가장 좋은 포인트는 산책로가 있는 서쪽 사면이다. 제부도 서쪽 해안에는 원래 800여m의 데크길이 있었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색이 바래고 퇴락해 인적이 끊기다시피 했다. 그러던 중 2015년에 화성시에 관광과가 생기면서 이 길을 손보기 시작했다. 유 팀장은 “이 길을 철거하자니 아깝고, 해안선을 따라 곡선으로 개조하자니 예산이 너무 많이 들었다”며 “궁리 끝에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리모델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민은 산책길을 바꿔놓았다. 제부도의 이니셜 J자로 상징물을 만들고 섬의 상징인 괭이갈매기·꽃게를 형상화해 난간 위에 설치했다. 이니셜의 색깔은 하늘색으로 했다. 화성시는 이에 더해 제부도를 가로지르는 산길을 만들 계획이다. ‘밀물이 들면 바닷길이 막힌다’는 강박증을 가진 관광객들이 ‘빨리 섬을 나가야지’ 하는 조급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새 단장을 한 제부도는 지난해 큰 상을 받았다. ‘iF 디자인 어워드’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한 것이다. 수상의 주인공은 해안산책로 ‘경관벤치(SEAt)’와 문화예술전시공간 ‘아트파크(ARTPARK)’다. 경관벤치는 제부도의 바다 풍광을 감상하고 머물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 평가를 받았고 유리 난간과 벤치의 조형미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특히 아트파크는 여섯 개의 컨테이너를 이용해 제부도의 바다 경관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조성했는데 이곳에서는 수시로 다양한 전시가 열려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글·사진(제부도)=우현석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