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간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은 임종석(오른쪽) 대통령비서실장이 16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준비위원회 첫 회의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이달 말 남북고위급 대표회담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4월 말 열기로 한 양측간 정상회담의 일정과 의제를 발 빠르게 조율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대화의 국면을 지속함으로써 혹시나 모를 대내외 변수로 인한 한반도 긴장완화 고조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차원으로도 해석된다. 정상회담은 하루만 열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요 의제는 비핵화와 평화정착에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이며 남북경협과 6자회담 등은 후순위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6일 “앞으로 남북간 실무접촉을 통해 시동을 걸고 이달 말 고위급 대표회담을 통해 의제, 일정 등의 윤곽을 잡을 것 같다”며 “이를 토대로 정상회담을 정밀하게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남북간 실무접촉은 이르면 다음주중 차관급 회동 형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이날 “한미 간 핵심의제를 갖고 실무형으로라도 양국간 정상회담이 있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경협 등의 부수적인 문제보다는 비핵화 문제에 주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북한으로선 비핵화를 지렛대로 북미 관계의 문제들을 털어내려는 쪽으로 남북정상회담 의제를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따라서 사실상 북한의 핵 동결 및 폐기 의지에 대한 미국측의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한 차원의 남북 정상간 합의나 선언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정상회담준비위에 청와대 정책실장을 제외하면 경제정책 관련 부처가 제외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앞으로 남북 실무 접촉 및 고위급 회담과 별도로 양측간 군사회담이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추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는 이날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했다. 그러나 준비위에 경제 라인과 외교부 한반도 라인이 빠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준비위원회에 경제 라인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2000년 정상회담 추진위원회에는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이 포함돼 있었으나 이번 준비위에서 경제 담당자라 할 수 있는 것은 장 정책실장 정도뿐이다.
이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해 대북제재와 경협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풀어낸다는 우리 정부의 구상과 관련이 있다. 현재 남북 경협을 논의하기에는 미국과 한국의 독자 제재 및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가 걸려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거론하며 “더 큰 고리를 끊어 대북제재 등 나머지가 자동으로 풀리는 방식”을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핵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도 준비위에서 제외됐다. 이는 6자회담 방식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비핵화 문제를 풀어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주변 4강 (회담)으로 이어지면 본격적으로 (한반도 교섭본부장이)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 경질에도 미국으로 떠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미국 외교·안보 핵심인사들과는 만나지 못한 채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 등 통상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워싱턴에 없어 통화만 하게 됐다. 강 장관이 첫 일정으로 면담한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은 이미 지난달에도 만난 바 있다. /민병권·박효정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