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문을 연 디에이치자이 개포(왼쪽 사진)와 과천 위버필드 모델하우스(오른쪽 사진)에서 방문객들이 아파트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중도금 대출규제와 철저한 자금출처 조사 방침에도 불구하고 강남과 과천 등 입지가 좋은 지역의 아파트 청약 열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권욱기자·연합뉴스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된다는 점이 부담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당첨만 되면 지금 가지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들어갈 생각입니다. ‘로또’라는 말들이 그렇게 많은데 어떻게 쉽게 포기할 수 있나요.” (서울 강남구 수서동 거주자 김모(66)씨)
16일 ‘부자들을 위한 로또아파트’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모델하우스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물터미널 인근. 이날 이른 새벽부터 모델하우스 관람을 위해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개관 시간인 오전10시에 가까워지자 모델하우스 부지에는 여러 겹으로 만들어진 수㎞의 줄이 만들어졌다. 일대 도로는 정체됐다. ‘10만 청약설’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였다. 주관사인 현대건설은 이날 총 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고 주말까지 4만~5만명이 모델하우스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분위기를 사전에 의식한 탓에 불법 위장전입과 부동산 불법 중개행위를 단속하겠다고 알렸지만 현장 열기를 꺾지 못한 모습이었다. 수많은 대기행렬 속에서는 청약 대기자들의 전화번호를 받는 ‘떴다방(이동식 불법 중개업소)’이 곳곳에 있었고 많은 사람들은 ‘정말 ‘로또’가 맞느냐, 당첨되면 얼마에 팔 수 있나’ 등의 대화가 오고 갔다.
내부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였다. 1층과 2층에 마련된 상담석 17곳은 온종일 붐볐다. 개관한 지 1시간가량 지난 시점에 상담 번호표는 이미 150번을 넘긴 상태였다. 이런 수많은 인파에 당황한 분양대행사 측은 이날 오후3시께 “모델하우스 입장 대기시간 최소 3시간 이상, 상담 대기 최소 6시간 이상 소요된다”면서 “방문을 자제하고 홈페이지에서 정보 확인을 부탁한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준강남’이라 불리며 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경기 과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이날 개관한 과천 위버필드(과천 주공2단지)의 모델하우스에도 이른 새벽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이뤘고 분양대행사는 이날 오전에 약 2,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추정했다. 분양대행사인 CLK의 권오정 이사는 “300~400명이 모델하우스가 열리기도 전에 줄 서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열기는 정부가 분양가 통제에 나서자 ‘강남권 분양권 당첨은 곧 로또’라는 인식이 굳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분양가가 3.3㎡당 4,160만원(주택도시보증공사 분양보증 승인 기준)인 디에이치자이 인근 분양권 시세가 3.3㎡당 약 5,000만~6,000만원에 형성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태릉에 산다고 소개한 한 여성(67)은 “분양권 당첨이 되면 수억원은 벌 수 있다고들 한다”면서 “아무런 이익이 없다면 사람들이 뭐하러 굳이 여기까지 왔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청약희망자들은 모든 평형의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가는 탓에 중도금 집단대출이 안 된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 50대 여성은 “대출이 막혔다는 얘기를 여기서 들었다”며 청약 가점이 63점이어서 당첨 안정권이지만 돈이 없어 청약은 못할 듯하다”고 아쉬워했다.
중도금 자체조달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당첨이 우선이라는 분위기가 많은 듯 보였다. 서울 일원동에 거주하는 노모(35)씨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으로 전용 63㎡에 지원할 계획”이라면서 “부모님에게 지원을 받는 등 가능한 주변 자금을 모두 끌어모으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윤서 현대건설 분양소장은 “중도금 대출이 없어서 당초보다 경쟁률이 줄겠지만 서울 1순위는 마감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건폐율과 용적률이 높아 단지의 쾌적함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많지만 실내 층고를 높여 개방감을 높이는 등으로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이완기·이주원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