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은 아니라는데...‘맥매스터’ 경질설 왜 터졌나

이란 핵 합의 파기 반대 등 트럼프와 엇박자
'군인 티' 못벗고 직설적 화법 구사...트럼프 자존심 긁어
켈리·매티스도 경험 부족한 맥매스터 등져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AF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저녁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교체가 결정됐다는 워싱턴포스트(WP)의 첫 보도가 나온 직후 미 언론은 일제히 이 소식을 다뤘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다음으로 해고될 고위관리 가운데 1순위로 거론되던 맥매스터 보좌관의 경질이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악관 공보실이 “대통령과 맥매스터 본인에게 확인해본 결과 NSC에는 변화가 없다”고 보도 내용을 일축하면서 당장은 그의 해임이 유보 상태로 남게 됐다.

백악관이 “제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며 맥매스터 보좌관을 두둔하고 있지만 정치권은 그의 경질설이 충분히 나올 만한 분위기였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맥매스터 경질이 진작에 이뤄지지 않은 것이 놀라울 정도라는 반응이다.


우선 맥매스터 보좌관은 이란 핵 합의 파기를 반대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엇박자를 내왔다. 올 2월에는 “러시아의 대선 개입 증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러시아 정부와 트럼프 캠프 간 내통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맥매스터가 대선 결과가 러시아에 의해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잊었다”며 공개적으로 면박을 줬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그가 사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능이 유치원생 지능과 비슷하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나와 자진 사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군 장성인 맥매스터 보좌관이 백악관에서 ‘군인의 티’를 벗지 못하고 직설적으로 조언해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긁었던 것도 화근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외교전문 매체 포린폴리시(FP)는 국방부 소식통을 인용해 “맥매스터에게서 인내·어조와 같은 정치적 재주는 물론 민간인에 대한 경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시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NSC회의에서 참가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방해하고 그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고개를 내젓기 일쑤였다”며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외교 정책에 관한 족집게 강의를 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트럼프 행정부 군기반장으로 불리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맥매스터 보좌관을 신뢰하지 않는 점도 경질설에 힘을 실어줬다. 4성 장군 출신인 켈리 실장과 매티스 장관이 3성 장군인 맥매스터 보좌관을 ‘아이 취급’ 한다는 것이다. 애초 켈리 실장과 매티스 장관은 같은 장성 출신인 맥매스터 보좌관을 아꼈지만 경험이 부족하고 성격이 드세 점차 그를 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맥매스터 보좌관의 경질을 주도한 사람이 켈리 비서실장이었으며 그가 대통령보다 더 그의 경질을 재촉했다”고 보도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채 틸러슨 장관·켈리 실장·매티스 장관을 일컫는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에 끼어 외교·안보 정책에 관여하려고 나섰던 점도 화를 자초했다. 지난해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경질된 뒤 상대적으로 그의 입지가 커졌지만 보좌관 이상의 역할을 하려고 해 난처한 상황을 연출했다는 것이다. 매티스 장관과 가까운 한 해군 관계자는 FP에 “맥매스터는 국가안전보좌관이지 국가안전을 총괄하는 관료가 아니다. 그렇지만 매티스는 총괄자처럼 대우받길 원했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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