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못 찾는 한국문학관

문체부·서울시, 설립부지 협의체 구성 불발
당초 목표 2021년 개관 힘들수도
市 "용산기지, 공원화가 최우선
문학관 설립 땐 계획서 어긋나"
문체부 "문인 의견 존중한 선택
市 빼고 상반기 설립추진위 발족"
市에 인·허가권 있어 진통 클 듯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가 국립한국문학관(이하 한국문학관) 설립부지를 놓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양측이 추진해온 실무 논의를 위한 협의체 구성도 사실상 불발됐다. 2021년 개관을 목표로 하는 문체부는 계획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서울시의 입장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종적인 건축 인·허가권은 서울시가 틀어쥐고 있는 만큼 한국문학관 건립을 둘러싼 잡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지난달 한 차례 실무 협의를 가졌으나 문체부가 ‘한국문학관 부지로 용산이 최적의 방안’이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으면서 논의를 이어나가는 게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며 “협의체 구성 역시 사실상 불발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용산 가족공원은 용산 주한미군기지 부지의 전체 공원화를 전제로 조기 반환받은 곳인데 문학관 설립을 허가하면 온전한 생태문화공원을 짓겠다는 본래 계획에 어긋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인들을 중심으로 한 자문기구의 의견을 존중해 용산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자는 문체부의 주장에 대해 서울시는 “원점 재검토를 전제로 협의체에 응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이처럼 양측이 평행선만 달리면서 협의체 구성도 물 건너간 가운데 문체부는 2021년 개관을 위해서는 더 이상 속도를 늦추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문체부 고위 관계자는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하면서 ‘원점 재검토’ 주장만 되풀이하는 서울시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며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문인들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설립추진위원회를 발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태도로 일관하면 서울시를 배제하고 설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고 못 박았다.

문체부는 설립추진위원회 내에 ‘한국문학관 자료수집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한국 문학 유산의 수집·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중요한 문학 자료(작품·유물·유적)는 근대문화재 등록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문체부 자문기구인 문학진흥정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한국문학관 건립 최적 후보지로 용산가족공원 내 문체부 부지를 의결해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한국문학관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국회의원 시절 대표 발의한 문학진흥법에 따라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시인 출신의 도 장관이 의원 시절부터 머릿속에 품은 역점 사업이자 여러 문인 단체가 정부에 10년 넘게 요구해 온 문학계의 숙원사업이다. 문체부는 총 예산 608억원을 투입해 2021년 9월까지 한국문학관을 짓겠다는 목표다.

용산 부지는 문체부 소유의 땅이지만 건축 허가권은 서울시와 자치구(용산구)에 있는 만큼 서울시가 계속 반대하면 현실적으로 건립이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문단 안팎에서는 문체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이어질 경우 개관 시점도 한참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관계자는 “서울시의 우려와는 반대로 한국문학관 건립은 오히려 생태공원의 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문체부와 서울시는 당장 한국문학관 건립을 위한 논의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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