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한발 양보·우호여론 조성 '이중포석'

■개헌안 발의 미룬 이유
국회 논의 보장 명분쌓기
대국민 설명 시간도 감안


청와대가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점을 당초 21일에서 26일로 미뤄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가 국회에 한발 양보했다는 신호를 줘 여론을 우호적으로 끌고 가고 국회에 논의 진전을 압박하는 ‘이중효과’를 노린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진성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26일 발의 지시는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절차와 기간을 준수하되 국회가 개헌에 합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국회를 에둘러 압박했다.


또 21일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 시한까지 아직 여유가 있는 시점으로 이때 발의를 강행할 경우 국회를 과도하게 압박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개헌안은 발의 직후부터 60일 내 국회 의결 후 18일간 공표하는 등 국민투표까지 총 78일이 필요하다. 오는 6월13일 지방선거 전날인 6월12일부터 78일을 역산하면 정확히 78일째가 되는 날이 3월27일이다.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22~28일) 전날인 21일 발의하려고 했지만 마지노선까지 기한이 남은 상황에서 발의한다면 독단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었다.

청와대가 집권 여당의 체면을 살려주려는 의도도 배경에 깔려 있다. 지난 18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대통령 개헌안 데드라인은 26일”이라며 “21일로 예정된 개헌 발의를 26일로 미뤄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정중히 요청한다”고 공개 발언한 바 있다. 이를 문 대통령이 그대로 받음으로써 여당의 뒤를 밀어주는 모양새를 취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회 논의 시간을 더 보장해주고 심의기간(60일)도 보장해달라는 당의 요청을 고려해 26일 발의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대통령 개헌안을 국민에게 설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발의 연기의 주된 배경이다. 현재 대통령 개헌 자문안 일부만 공개가 됐을 뿐 자세한 내용은 ‘깜깜이’인 상황에서 내용 공개와 발의를 동시에 진행하는 것보다는 우선 내용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발의하는 것이 ‘국민개헌’이라는 취지에 맞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문 대통령이 순방 출국 전날(21일) 개헌안을 국회에 던지고 떠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참모진의 의견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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