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문사에 돈을 내고 자산관리를 받는 소액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기관이나 고액자산가 위주였던 자문 시장이 소액을 가진 개인으로 본격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투자자문 고객 수는 사상 처음 4,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10월 1,000명 이하로 떨어진 지 2년 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자문계약 건수도 4,846건을 기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자문계약자산총액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5년 10월에는 12조112억여원에 달했지만 고객 수가 본격적으로 많아지기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는 오히려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해 말에는 9조318억원까지 줄었다. 자문 서비스 이용자는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한 고객당 계약 금액은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현상은 개인의 소액 자금이 자문사로 꾸준히 유입되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5월 자본금 1억원 이상 회사들이 투자자문업자(FA)로 등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후 증권사들이 관련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자산관리 회사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소액 개인 투자자 중심의 자문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에서 화제를 끌던 블로그 ‘플레인바닐라’는 지난해 9월 금융위 일반 FA 등록 신청 절차를 마무리하고 영업을 시작, 이틀 만에 200명 넘는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10개 자문사와 계약을 맺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펀드슈퍼마켓도 올 들어 하루 평균 351명이 자문 플랫폼(어드바이저)을 방문하고 있고 플랫폼 내 누적 자문신청 건수도 1,600건에 육박하고 있다.
신규 사업자 외 전통 증권사들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전문 투자자문사와 손잡고 자문 서비스 확대에 나서고 있다. 키움증권은 전문 투자자문사가 1대1 주식투자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문플랫폼 ‘키움 어드바이저 마켓 위드(WITH)’를 오픈했고 NH투자증권은 자문플랫폼 ‘포트폴리오 마켓’을 운영 중이다. NH투자증권은 한국WM투자자문·앤드비욘드투자자문 등 20개사와 자문계약을 체결했다. KB증권도 5개 투자자문사와 제휴를 맺고 투자자문부터 상품매매·사후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온라인에서 처리할 수 있는 ‘투자자문 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미래에셋대우도 95개 자문사와 계약을 맺고 ‘자문통’을, 한국투자증권은 35개사와 제휴를 맺고 ‘트루 어드바이저’를 운영하고 있다. 오승철 금융투자협회 WM지원부 과장은 “지난해 금융위 제도 개편 이후 이전까지 없었던 개인 대상 자문시장이 열리고 관련된 자문업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자문 규모가 컸던 모닝스타가 철수하면서 자문 금액이 크게 준 것도 있지만 기존에는 건당 몇백~몇천억원씩 하던 계약금액이 최근에는 몇백~몇천만원 단위로 내려가면서 가입자는 늘어도 전체 계약금액은 떨어지는 현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전현철 펀드온라인코리아 IFA팀장은 “자문료를 정액으로 받는 자문사를 이용할 경우 투자금액에 전혀 제한이 없기 때문에 40만~50만원으로도 일정 자문료를 지불하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용민기자 minizza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