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기술보다 직무능력 향상에만 치중...직업훈련 순위 글로벌 38위 그쳐

재교육에 돈 안쓰는 한국
사라지는 직무, 재교육 통해
노동시장 재진입 토록해야


지난 2007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등장은 휴대폰 강자 노키아의 위상을 뒤흔들었다. 40% 이상이었던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2011년 20%대로 추락했고 이 기간 이익 규모도 72억유로에서 18억유로로 급감했다.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기업이 치러야 할 대가는 컸다. 급기야 노키아는 2011년 4월부터 2012년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2만1,500명 규모의 인력감축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말 그대로 존폐 위기에 몰린 기업의 인력 구조조정이었지만 일자리 안전망을 충분히 갖춘 핀란드에서 노키아의 인력조정은 순조로웠다. 이는 노키아의 자체 아웃플레이스먼트 프로그램인 브리지 프로그램 덕분이엇다. 브리지 프로그램은 △노키아 내 직무이동 △타사 이직 △창업 △재교육 △진로 창조 등 다섯 가지 트랙으로 구성된 재교육 프로그램으로 노키아는 협력사로 이직하는 인력을 제외한 모든 감축인력에게 브리지 프로그램 이수자격을 줬다.


2013년까지 4년간의 프로그램 운영 성과는 고무적이었다. 프로그램 이수자의 약 60%가 재직 중 퇴직계획을 확정했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 400개 창업기업이 탄생했다. 노키아는 생존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노키아 전략사업과 관계없는 창업이나 이직계획도 전면 지원했고 정부·지역사회와의 연계지원으로 실효성을 높였다. 노키아 사례는 일자리와 직무 대변혁이 예상되는 4차 산업혁명기 직업훈련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하지만 한국 기업과 정부는 여전히 직업훈련에 소극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2016~2017년)에 따르면 한국의 직업훈련 정도는 138개국 중 38위로 중국(41위)과 비슷하다. 일본(10위)·독일(12위)·미국(15위)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훨씬 뒤처져 있다. 현재 직무능력을 키우기 위한 커리큘럼에 머물러 있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좌초되지 않으려면 직업훈련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평생 직업교육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바꾸는 것일 뿐”이라며 “급격한 기술 발전으로 기업 내에서도 사라지는 직무군은 재교육을 통해 노동시장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진입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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