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의결권 행사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의결권 자문사의 입김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외이사는 물론 대표이사 선임에도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자문사의 판단 기준은 여전히 논란이다.
20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수탁자 책임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이 본격화되며 의결권 자문사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자문기관마다 각기 다른 기준에 자산운용사 등이 난감해하고 있다. 국내 자산운용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을 맺은 자문사가 주총 안건에 반대 권고를 하면 가급적 따르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100% 확신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주총 의결권에 대해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자문사를 두고 있지만 신뢰도는 아직 높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상황에서 자문사의 권고를 거부하기도 만만치 않다.
자문사 판단의 타당성에 대한 반론도 거세다. 지난 16일 주총 표결에서 통과한 백복인 KT&G 사장의 경우 일부 자문사는 백 사장 선임이 주주 가치에 부정적이라며 근거로 KT&G의 사장추천위원회가 사장 후보 3명의 공모절차를 완료한 지난 1월2일~3월2일, 2대 주주인 IBK기업은행이 백 당시 후보의 결격을 지적한 2월5일~3월2일 주가가 각각 -14.3%, -5.3% 떨어진 점을 들었다. 그러나 증권전문가들은 주가 하락이 대표이사 선임 때문이라고 꼬집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KT&G의 궐련형 전자담배 ‘릴(Lil)’의 시장 반응이 기대보다 낮다는 이유로 올해 들어 주요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낮추는 추세였기 때문이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이슈가 주가를 좌우하는 유일한 요인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외부 기관으로서 확보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한계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자문사는 사외이사를 검증할 때 지배주주 일가 또는 대표이사와 동문일 경우 친분이 있거나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이인지 구체적으로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독립성 훼손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반대하고 있다. 자문사 측도 “일괄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은 잘 알지만 외부 기관에서 이를 확인하기 어려울뿐더러 해당 기업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