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협력업체 “노조 자구안 동의해야” 촉구



어음 할인 막혀 부도 위기

한국GM 협력업체 대표들이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한국GM 사태의 조기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조민규기자

“한국GM 노동 조합은 임금 인상 동결과 성과급 반납은 물론 정기승급 시행 유보를 포함한 회사의 요구사항에 적극 협력해야 합니다. 협력업체들은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한국GM 협력업체 대표들은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서 “한국GM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다”며 이 같은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승 한국GM 협력업체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내 금융권에서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종을 관찰 대상 요주의 업종으로 지정하고 대출한도 관리와 여신 축소, 신규 대출 억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어음 할인을 거부하기 시작하면서 운영자금마저 고갈되고 있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문 위원장은 이어 “2~3차 협력업체들은 1차 협력업체들이 발행한 어음을 융통하지 못하면 부도가 불가피하다”며 “이들 업체들이 먼저 부도나기 시작하면 부품공급망 붕괴로 1차 업체들 역시 연쇄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사업 자체를 접는 협력업체들이 나오고 있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군산공장 폐쇄 이후 거래하던 2차 협력업체 10곳 중 2곳이 사업을 포기했다”며 “최근에는 추가적으로 한 업체로부터 4월부터 우리 물량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전달 받았다”고 말했따.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1차 협력업체 301곳 중 215개사가 현대·기아차와 쌍용 등 다른 완성차 업체와도 거래를 하고 있다. 한국GM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부품산업계의 생태계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협력업체들은 한국GM 사태의 해결을 위한 첫 단추로 노조의 협조를 꼽았다. 문 위원장은 “GM이 신차종 투입을 포함한 사업 정상화 계획을 제시하면 노동조합은 회사 측의 요구사항인 임금 인상 동결과 성과급 지급 중지, 정기 승급 시행 유보 등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전날 노조와 면담해 보니 노조는 회사와의 협상을 단기간에 끝낼 의지가 없다는 게 협력업체들의 판단이다. 문 위원장은 “노조는 GM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절박감 자체가 없는 것 같다”며 “협력업체들은 한시가 급한데 노조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은 정부, 지방자치단체, 금융권 등 다른 이해 당사자들도 1, 2, 3차 협력부품업체와 원·부자재 납품업체, 한국GM의 직간접적 이해 관계자 등 30만명의 일자리를 지키고 자동차산업 생태계 건전성을 위해 신속한 지원을 결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비대위에 따르면 301개 한국GM 1차 협력업체 가운데 한국GM 의존율이 50%를 넘는 업체는 150개에 이르고, 한국GM에만 100% 납품하는 업체도 86개나 된다.

/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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