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인 35만7,000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조차 ‘인구전망 시나리오 가운데 최악’이라며 저출산 상황의 심각성을 우려했다.
이게 다는 아니다. 21일 발표된 ‘2017년 혼인·이혼 통계’는 기존의 ‘최악’ 상황이 끝이 아님을 보여줬다. 지난해 혼인은 2016년 대비 6.1%(1만7,200건) 감소한 26만4,500건으로 1974년(25만9,600건) 이후 43년 만에 가장 적었다. 결혼이 출산의 전 단계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6~2017년 모두 결혼 건수가 5% 이상 감소해 2~3년 후에는 출산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출생아 수 발표 이후 인구 최정점에 이르는 시점도 오는 2031년에서 2027년으로 앞당겨질 것으로 분석됐지만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혼인 건수는 1996년 43만건이었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만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부터 20만건대까지 추락했다. 전체 인구 수를 고려해 혼인 건수를 살필 수 있는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은 5.2건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혼인율은 2007년만 해도 7건이었지만 2015년 6건이 무너진 뒤 5건도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 혼인 건수나 조혼인율 모두 2012년 이후 6년 연속 내림세다.
결혼 적령기라고 할 수 있는 30대 초반(30~34세)의 남녀의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각각 10.3%, 9.0% 줄며 전체 혼인 감소세를 이끌었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은 32.9세, 여성은 30.2세로 전년 대비 각각 0.2세, 0.1세 높아졌다. 10년 전보다 남성의 초혼연령은 1.8세, 여성은 2.2세 상승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인구구조다. 이 과장은 “30대 초반 인구가 전년 대비 5.6%가량 감소한 원인을 먼저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 결정적인 원인은 지난해 기준 9.8% 이르는 청년실업률과 하루가 다르게 급등하는 전셋값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혼은 부모로부터의 독립을 전제로 하는데 청년들이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거처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을 기대할 수 없다. 문제는 혼인이 미래 출생아 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처음으로 연간 40만명선이 붕괴됐고 12월은 처음으로 사망자가 출생아 수를 웃돌았다. 신윤정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을 가로막는 요소가 산재해 있다”며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려면 전반적인 사회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성 연상 부부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 연상 부부 비중은 전년보다 0.5%포인트 증가한 16.9%였다. 남성 연상 부부 비중은 0.5%포인트 감소한 67.2%, 동갑 부부는 15.9%를 각각 차지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여성 연상부부 비중이 3.9%포인트나 증가했다.
국제결혼도 반등했다. 지난해 외국인과 혼인은 2만800건으로 1년 전보다 1.2% 증가했다. 국제결혼 증가는 2010년 이후 8년 만이다. 한국인 남성과 외국인 여성 간 혼인은 0.3% 증가한 1만4,900건, 반대로 한국 여성과 외국 남성 간 결혼은 3.4% 증가한 6,000건이었다. 외국인 아내의 국적은 베트남(36.1%), 중국(26.1%), 태국(6.8%) 순으로 많았다. 특히 태국은 전년보다 41.3%나 급증했다. 외국인 남편의 국적은 중국(25.5%), 미국(23.3%), 베트남(9.8%) 순이었다.
지난해 조이혼율(인구 1,000명당 이혼 건수)은 2.1건으로 1997년 2.0건 이후 2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전체 이혼 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특히 황혼 부부의 이혼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3,100건으로 2007년(2만5,000건)보다 1.3배 늘었다./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