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마련된 디에치자이 개포 모델하우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내부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권욱 기자
‘부자들을 위한 로또 아파트’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청약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단지의 청약자수를 통해 중도금대출 없이도 강남권 고가 아파트를 살 여력이 있는 수요층을 가늠하는 일종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받으면서다. 무엇보다 청약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그 재원으로 인근 재건축 시장 문을 두드릴 경우 숨고르기에 들어간 서울 집값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가 여전히 강하고 청약 수요는 투기성이 보다 강해 매매 시장으로 유입되기 보다 분양시장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21일 현대건설 컨소시엄 등에 따르면 20일 진행된 ‘디에이치자이 개포’의 특별공급이 2.16대 1의 경쟁률에 97%의 소진율을 기록했다. 특별공급은 신혼부부, 다자녀 가구, 노부모 부양자, 탈북자 등의 계층을 대상으로 분양 아파트의 일정 부분을 우선 공급하는 제도로 통상 미달이 잦다. 하지만 ‘디에이치자이 개포’는 경우 분양 전부터 인근 시세보다 싸게 분양가가 책정돼 많은 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특별공급 물량 대부분이 소진되는 결과를 보였다.
이런 분위기가 실제 청약까지 이어진다면 최근 잠잠해진 서울 아파트 시장의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정부의 시장 압박 속에서도 기록적인 청약 결과가 나온다면 수요자들을 자극할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단지의 청약자수와 경쟁률은 강남권 단지에 대한 수요가 그만큼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수많은 청약자들이 몰려 들 경우 인근 래미안 루체하임(일원현대 재건축) 등의 분양권 시세가 공고해지고 호가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수많은 청약 탈락자들이 강남권 기존 아파트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경우 시세를 반등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있다. 이 단지는 전 세대가 분양가 9억원을 넘어서는 탓에 중도금 집단대출이 제한된 상태다. 이에 최소 7억원 가량을 수중에 가지고 있어야 청약이 가능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수많은 청약접수가 될 경우 그만큼 자금력을 갖춘 수요자들이 시장 저변에 있다는 설명이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청약자가 4만명 가량 된다면 탈락자는 3만 8,000명”이라면서 “이들이 개포동 등 강남 재건축 등으로 유입되면 강남 재건축 및 새 아파트 분야도 다시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달 말 예고된 잠실 주공5단지의 재건축 국제설계현상공모 결과 발표도 재건축 시장에서 추가 호재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실제로 청약흥행이 재건축 시세 반등으로 이어지며 시장 분위기를 역전시킨 사례는 종종 있어 왔다. 지난해 초강력 대책을 망라했다는 8·2 대책 이후 침체된 분위기는 9월 ‘신반포센트럴자이’의 청약(1순위 평균 경쟁률 168대 1)과 반포 주공1단지(1·2·4주구) 시공사 선정 등으로 아파트값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청약 열기가 기존 아파트 시장으로 옮겨 붙기에는 역부족하다는 분석 역시 적지 않다. 청약 탈락자가 굳이 기존 아파트로 시장으로 옮겨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최근 강남 청약시장의 수요자는 투기성 한탕을 노리는 수요로 기존 매매시장의 수요와는 다르다”면서 “앞으로도 로또성 청약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정부의 시장 규제가 강해지고 있고 기존 아파트 가격은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있어 매수유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