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측이 막판까지 변호인 출석을 두고 줄다리기를 한 끝에 22일 예정됐던 이 전 대통령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무산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법관인 박범석 부장판사는 22일로 예고됐던 이 전 대통령 피의자심문을 21일 취소했다. 당초 심문에 출석하겠다고 했던 변호인단이 “피의자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법률상 심문 진행이 가능한지 확실하지 않다”며 돌연 말을 바꿨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또 심문 무산이 결정되자 “구인영장이 다시 발부될 경우 피의자와 변호인 모두 출석하지 않겠지만 구인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문기일이 열리면 변호인은 출석할 것”이라는 입장을 법원에 알렸다. 구인영장을 핑계로 영장심사를 최대한 미루면서 시간을 벌려는 속셈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실제 이날 검찰은 미리 구인영장을 법원에 반환하고 이 전 대통령이 유치장이 아닌 자택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결정한 상태였다.
피의자 심문 절차가 무산됨에 따라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 결정 시기는 전적으로 박 부장판사의 판단에 달리게 됐다. 만약 박 부장판사가 이 전 대통령 본인이나 검찰·변호인의 출석이 불가피하다고 여길 경우 따로 심문기일을 정해야 해 이 전 대통령 구속 여부는 며칠 더 미뤄지게 된다. 반대로 피의자와 변호인 출석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검찰이 제출한 서류만 심사해 이르면 22일 밤 구속영장을 발부 또는 기각할 수 있다. 박 부장판사는 이에 대한 결정을 22일 오전에 내리기로 했다.
한편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대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서 피의자가 영장심사기일에 불출석한 101건의 사례 가운데 영장이 기각된 경우는 단 1건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 전 대통령 영장심사가 진행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3년간 피의자 불출석 상태에서 열린 32건의 심사 가운데 기각 건수는 아예 없었다.
/윤경환·이종혁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