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60분’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왜 ‘간첩 제조공장’이 됐나?


21일 방송되는 KBS2 ‘추적 60분’에서는 ‘밀실 3302호의 비밀’ 편이 전파를 탄다.

탈북자들이 국내에 입국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 바로 합동신문센터(現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로 개칭)다. 과거 이곳의 또 다른 이름은 이른바 ‘간첩 제조공장.’ 세상과 격리된 밀폐 공간에서 탈북자들을 상대로 은밀한 조작이 이뤄져왔다는데. 언론사 최초로 ‘추적 60분’팀이 국가보안목표시설 최고 등급으로 보호받는 곳인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내부 시설을 단독 취재했다. 어두운 국정원의 그림자를 ‘밀실 3302호의 비밀’ 편에서 공개한다.

▲ 어느 탈북자의 고백 “나는 북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입니다”

지난 2013년 8월 탈북해 국내에 입국한 홍강철 씨. 그는 합동신문센터에서 135일간 감금돼 집중조사를 받은 후 자신이 북한 보위사령부가 직파한 간첩이라고 자백했다. 검찰이 기소한 주요 혐의는 두 가지. 홍 씨가 탈북 브로커인 유 모씨를 중국 국경지대로 유인해 납치하려 했다는 것과 국내에 위장 잠입해 탈북자 관련 기밀을 수집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구치소에 수감된 홍씨는, 이 모든 것이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의 강요로, 허위 자백을 하게 됐다는 것!

“(간첩이라고) 다 인정하고 재판까지 끝나면 국정원에서 돈도 주고 집도 주고 우리 생활 다 봐준다고, 북에 있는 가족들도 데려다준다고 그러더란 말입니다“

- 북한이탈주민 홍강철 씨

▲ 탈북의 재구성 - 목숨을 건 탈출인가, 위장 간첩인가

열두 차례에 걸쳐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 그리고 열여섯 명에 달하는 참고인들의 진술서와 검찰의 공소장은 한결같이 홍강철 씨를 간첩으로 지목했다. 보위사령부 간부의 지시로 박 씨 모녀와 함께 일반 탈북자들에 섞여 위장 탈북했다는 홍 씨의 자술서가 그 근거라는 것! 우리는 박 씨 모녀와 다른 탈북자들, 실제 보위사령부 직파간첩 출신인 한 탈북자를 통해 홍 씨가 이용한 탈북 이동경로와 과정을 꼼꼼히 되짚어본다. 홍 씨로부터 납치를 당할 뻔 했다는 탈북브로커 유 씨의 주장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걸까. 또 홍 씨를 직접 교육하고 남한에 직파했다는 보위사령부 간부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진술분석 전문가와 함께 천여 장이 넘는 진술서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검증해본다.

“진술이 하나도 구체적이지 않은 게 문제인 것 같아요. 머릿속에 우리가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그려져야 되는데 지금 전반적으로 그런 진술이 없어요”

- 김경하 진술 분석 연구원


▲ 집중 분석, 밀실 3302호 - 간첩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탈북자들이 국내에 입국하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인 합동신문센터. 홍 씨는 이곳 3302호에서 84일 동안 홀로 지내며 집중 조사를 받았다. 과연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추적 60분’팀은 홍 씨와 다른 탈북자들의 기억, 재판을 통해 입수한 내부 사진, 배치도를 통해 3302호 밀실을 최대한 실재와 가깝게 재현한다. 그리고 바깥 세상과 철저히 격리된 공간에서 24시간 감시를 받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과제, 이른바 ‘자서전 쓰기’부터 압박과 회유에 이르기까지, 간첩 조작의 수법을 면밀히 분석해본다.

“생각이 통제된다는 건 뭐냐면 내가 함부로 어떤 생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자백을 하는 거죠. 사실은 자백이 아니죠. 원하는 대로 진술하게 되는 거죠“

- 배상훈 교수 / 서울디지털대학교 경찰학과

▲ 최초공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 국정원 적폐청산은 가능한가

‘추적 60분’팀은 그 누구에게도 공개되지 않았던 비밀의 장소이자 국내 최고 보안 등급인 국가 보안목표시설 ‘가’급,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내부를 국정원 동의하에 최초로 촬영했다. 은밀한 조작이 이뤄지고 24시간 CCTV가 지켜보던 밀실 3302호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간첩 조작’은 부끄러운 과거일 뿐일까.

최근,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당시, 국정원의 수사 방해가 있었다는 내부고발자의 편지가 공개됐다. 적폐청산 TF팀까지 꾸려, 대대적인 개혁을 선언한 국정원, 과연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이 났지만 정부 기관에서 사과나 미안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그건 네가 운이 나빠서 네가 재수 없어서 걸린 거’라는 거예요“

- 유우성 /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이번 주 ‘추적 60분’에선 간첩 누명을 쓰고 삶이 망가져버린 사람들과, 간첩 조작을 하고도 처벌받지 않은 사람들의 현재를 통해, 우리 사회 어두운 곳에 아직도 존재하는 ‘밀실’의 정체를 추적한다.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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