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배우 한혜진이 ‘손 꼭 잡고’ 첫 방송부터 폭발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안방극장을 촉촉이 적셨다.
21일 한혜진의 4년 만의 안방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MBC 새 수목 미니시리즈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이하 ‘손 꼭 잡고’)가 첫 포문을 열었다. 보기만해도 힐링이 되는 따뜻한 영상미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력이 어우러진 흥미로운 이야기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여주인공 남현주 역을 맡은 한혜진의 탁월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 생의 마지막에 선 현주를 중심으로 인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한혜진은 첫 회부터 휘몰아치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게 완급을 조절해나가며 극을 이끌었다. 남편 김도영(윤상현 분)과 알콩달콩하게 지내는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살았다’는 기쁨도 잠시 결국 시한부 삶을 받아들이게 되는 절망의 순간까지 극한의 상황에 직면한 남현주의 일상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이날 무엇보다 현주가 아버지 남진태(장용 분)에게 꾹 눌러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장면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저미게 만들었다. 현주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 아버지를 향해 “왜 그러세요 아버지. 사람이 그럴 수 있잖아요. 샛별이 아빠 일이 잘됐다니 기쁘기도 하고 허전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내가 더 신경이 쓰인다구요. 아버지가 늘 그런 눈으로 날 쳐다보니까요.”라며 “아무일도 없다구요. 아무일도 없는데 아버지가 자꾸만 왜… 아버지 미안해요”라고 울분을 쏟아내 눈물샘을 자극했다.
불길한 의사의 소견, 남편의 첫사랑 신다혜(유인영 분)까지 나타나 예민해진 가운데, 어머니를 뇌종양으로 잃고 늘 시한부 인생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가슴앓이해온 현주의 복잡한 감정들이 폭발한 것. 자신이 시한부 선고를 받더라도 어머니처럼 남은 시간을 수술과 치료로 고통 속에서 보내지 않으리라 마음의 준비를 해왔지만, 막상 죽음 앞에서 비통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방송 말미 현주는 장석준(김태훈 분)에게 “살고 싶다”는 속마음을 어렵게 내비치며 앞으로의 변화를 예고했다.
한혜진은 여러 양가적인 감정이 섞인 남현주에 완벽히 몰입되어 성숙한 연기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때론 주눅 들지 않는, 담담하면서도 강인하게 느껴지는 화법은 기존 시한부 캐릭터들과는 다른 신선한 매력을 느끼게 했다. 이렇듯 인물의 감정을 보는 이들에게 온전히 전달하는 한혜진의 깊은 눈빛과 목소리는 방송이 끝난 후에도 진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손 꼭 잡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자’는 한 부부가 죽음이라는 위기에 직면하면서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고, 또 잊고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확인하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드라마다. 매주 수, 목 오후 10시 방송.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