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006800)가 사실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에 2,700억원의 자금을 출자해 해외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다. 박현주 회장의 “투자 야성을 찾으라”는 지시에 맞춰 계열사별 사모투자(PE) 분야를 확대하는 한편 특화된 사업 영역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본지 3월21일 21면 참조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미래에셋캐피탈글로벌유니콘사모투자합자회사’를 이르면 이달 말 설정할 계획이다. 2,700억원 규모인 펀드의 운용은 미래에셋캐피탈이 맡는다. 지난해 중국 유니콘 기업 투자에 이어 글로벌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할 계획이다. 미래에셋대우 측은 “자기자본투자(PI)를 통한 매각 차익 기대 목적으로 캐피탈에 자금을 맡기는 것은 처음”이라며 “펀드 만기는 5년”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금융그룹 계열사들은 최근 PE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박 회장이 투자은행(IB) 업무의 축을 PE 사업으로 삼고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계열사 내 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벤처투자 등에 각각 PE 전담부서를 만들어 성격이 다른 투자를 구상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전담 부서가 없던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말 IB3본부를 만들어 PE 조직을 꾸렸고 유상현 전 국민연금공단 해외대체투자실장을 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미래에셋캐피탈 역시 계열사별로 나뉘었던 신성장펀드 업무를 일원화해 맡았고 IB 조직을 확대 개편하며 신기술투자본부와 투자금융본부를 신설했다.
새롭게 조직을 꾸린 미래에셋대우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들캡(middle cap) 규모의 딜에 집중할 방침이다. 특히 규모가 작은 PE들과 프로젝트펀드를 설정해 공동투자 형태의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PE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메가급 딜을, 미래에셋벤처투자는 스타트업 등 벤처 투자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신기술금융 라이선스가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은 해외 스타트업 등 스몰캡(small cap) 규모의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지난 2016년 네이버와 1,000억원 규모의 신성장투자조합, 셀트리온과도 1,500억원 규모의 매칭펀드를 만들었다. 또한 지난해에는 멀티에셋자산운용이 중국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뎬핑’에 지분 투자를 할 때 기관투자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규모는 130억원으로 작지만 중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한 첫 번째 사례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PE 투자를 늘리라는 요구를 했고 계열사별로 차이니즈월이 강하기 때문에 각자 잘할 수 있는 투자를 나눠 선을 정했다”며 “미래에셋의 트랙레코드를 활용하는 한편 네이버·셀트리온 등 기업부터 다른 PE들까지 파트너십 형태로도 사업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