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의 한미 금리 역전으로 국내 대출자들의 근심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을 좇아 국내에서도 잇따라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말께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연 6%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한계가구 대출이 290조원이고 한계기업 대출은 121조원임을 감안하면 총 411조원이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연체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것이다.
2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 변동금리 주담대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금리는 지난달 연 1.75%(잔액기준)를 기록했다. 역대 가장 낮았던 지난해 6월(연 1.55%)과 비교해 0.17%포인트 오른 것으로 6개월 연속 상승세다. 은행들이 주담대 가이드금리(5년 고정 이후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AAA등급 5년물 금리(민평평균기준)도 지난해 초에는 2.0% 내외였지만 지난 21일 기준 2.720%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리들이 일제히 오르면서 대출 금리 역시 상승 추세다.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가 예상보다 1~2차례 많아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국내 금리도 더 가파르게 오르게 생겼다는 점이다. 일부에서는 미국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국내 시장금리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나 국내 금융권은 한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완만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한미 금리 갭이 커지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찮기 때문에 국내 금리 인상도 가팔라 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금리가 미 금리에 맞춰 덩달아 뛰게 되면 1,45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대출의 70%가 변동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저소득·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의 이자 부담은 더 늘게 된다. 한은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대출 금리가 0.5%포인트 오르면 고위험 가구가 8,000가구 증가하고 금융부채 규모는 4조7,0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대출 금리가 1%포인트 오른다고 가정하면 고위험가구만 2만5,000가구 늘고 금융부채 규모 역시 10조원대에 육박하게 되는 셈이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계가구 대출은 290조원이고 한계기업 대출은 121조원이다. 총 411조원의 대출금이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부실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김원석 신한은행 투자자산전략부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최근 둔화되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기업의 체감경기도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가파른 금리 인상은 경제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물가가 한은의 연간 목표치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서둘러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경제에 마찰적 요인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