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노후 자산 목록에는 주택이 70% 이상이고 나머지는 금융자산이다. 하지만 여기에 놓친 것이 있다. 국민연금이다. 국민연금은 매월 얼마를 받다 보니 자산가치를 평가하지 않든가 혹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가치를 정확하게 알아야 노후 자산관리를 잘할 수 있다.
국민연금 자산가치를 구하기 위해서는 매월 받는 소득흐름을 현재가치로 환산해야 한다. 간편하게 계산해보자. 2017년 현재 국민연금 20년 이상 가입자가 받는 연금액 평균은 월 88만원이다. 국민연금은 물가에 연동돼 매년 수령액이 달라지므로 미래 수령액은 향후 물가를 예상해야 한다. 여기서는 물가가 매년 2.5% 상승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언제까지 연금을 받을지는 사망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데 편의상 95세로 가정한다. 현금흐름이 정해졌으므로 이제 할인율을 3%로 해서 현재가치를 계산해보면 된다. 그 값은 3억5,000만원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3억5,000만원의 가치는 이만한 금액의 국채를 보유한 것과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국가가 지급하기에 국채에 버금가는 신용도가 있다. 그리고 수령액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실질금액이 거의 일정하다. 명목금액은 물가에 따라 연동되므로 오히려 명목금액이 고정된 것보다 낫다. 다만 수령 기한이 사망 시점에 따라 달라지므로 확정된 기한으로 받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 현금흐름에 본인과 배우자의 연령별 사망 확률이 포함돼야 하지만 대략 국채라 봐도 대세에 지장은 없다.
둘째, 자산가치로 평가한 국민연금이 가계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의외로 크다. 우리나라 60대 가구의 자산현황을 보면 전체 5분위 중 중간에 위치한 3분위의 경우 총자산이 2억6,000만원이다. 이 중 2억원이 부동산이고 6,000만원이 금융자산이라고 보면 된다. 한편 하나 높은 4분위는 총자산이 4억6,000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국민연금 자산을 더한다고 하면 3분위 가구의 총자산은 6억1,000만원이 되고 국민연금 자산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57%가 된다. 마찬가지로 4분위 가구는 총자산이 8억1,000만원이 되고 국민연금 자산의 비중은 43%가 된다.
셋째, 가계 자산구성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60대 가계자산에서 국민연금 자산을 포함한다고 하면 3분위 가구는 국민연금 57%, 부동산 33%, 금융자산 10%가 된다. 국민연금 자산을 국채로 바꿔서 보면 국채 57%, 부동산 33%, 금융자산 10%가 된다. 자산구성이 안전자산 위주로 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주택까지 주택연금으로 전환한다면 국채 신용도에 해당하는 안전자산 비중이 90%에 이른다.
이 수치는 정확하게 계산한 것은 아니지만 전체 윤곽은 알 수 있게 해준다. 지난 1988년에 국민연금이 도입되다 보니 70세 이상은 해당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수령액도 24만원 수준이다. 하지만 60대에 들어서는 베이비부머는 직장을 시작할 때부터 대부분 국민연금에 가입했으므로 향후 가계 자산구성을 볼 때는 국민연금의 자산가치를 감안해야 한다. 이럴 경우 안전자산 비중이 높아지므로 보유 금융자산을 무조건 안전자산으로 할 필요 없이 장기적으로 투자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여러분의 노후 자산은 국민연금 자산가치도 감안해 관리해야 한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