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람직한 '기업 유턴' 지원정책 방향

김계환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통상연구본부장
국내외 이분법적 시각 버리고
해외투자 도와 수익 유입 도모
고급 일자리 창출·생산 혁신 등
산업구조 고도화에도 부합해야


최근 들어 미국·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해외로 나간 자국 기업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기 위한 움직임이 더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유턴 정책을 시행해 해외로 나간 기업의 국내 복귀를 지원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유턴 실적이 부진하다는 지적도 있으나 미국·일본과 우리나라의 유턴 성과를 단순히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유턴 지원법은 해외 사업장을 축소하거나 청산하고 동일한 업종의 국내 사업을 확대하는 경우로 유턴 기업을 정의하고 있어 보다 폭넓게 정의하는 미국이나 일본과의 단순 비교가 어렵다.

또 미국과 일본은 내수시장의 규모가 커 해외로 나간 기업이 자국 내수시장을 겨냥해 유턴하는 규모도 상당하다. 우리나라는 광범위한 자유무역협정(FTA)과 우수한 국내생산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상대적으로 작은 내수시장의 한계로 미국·일본 등과 같은 유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우리의 내수시장 규모는 다른 한편으로 기업과 산업의 성장을 위해 해외투자가 불가피한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내수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현지시장 진출 목적의 해외투자 비중은 최근 3년간 전체 해외투자의 약 70%를 차지하는 등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의 해외투자는 이같이 새로운 시장에의 접근 기회를 확보하는 것 외에 수출 증가에 기여하는 바도 크다. 2016년 국내 기업이 해외 현지 법인으로 수출한 금액이 2,000억달러가 넘고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의 수입을 제외한 순수출도 1,000억달러가 넘는다.

그렇다면 해외투자가 불가피한 우리나라의 여건상 바람직한 유턴 정책의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유턴에 대해 해외투자와 함께 접근하는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즉 국내와 해외의 경계를 구분 짓기보다 국내외 동시 성장이 궁극적 목적이 돼야 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유턴과 해외투자의 전략적 선택이 가능함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중국의 환경규제 강화 같은 대외적 요인은 유턴 기업을 포함한 해외 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할 유인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FTA 확대와 전 세계적인 글로벌밸류체인(GVC) 확대 및 재편은 유턴 유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외투자를 통한 기업 성장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글로벌 환경과 국가별 시장 상황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투자 환경의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국내 투자 유인을 높이는 한편 해외투자가 필요한 부분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

둘째, 유턴 지원 정책의 미래지향적 목적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유턴 지원법의 목적을 산업구조 고도화와 연계한 경쟁력 있는 기업의 복귀를 지원하는 개념으로 확대·강화해야 한다. 로봇 공장으로 본국에 복귀한 아디다스의 사례와 같이 선진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부 리쇼어링 현상을 롤 모델로 삼을 필요가 있다. 즉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제품, 생산 공정,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대응해 스마트공장 등과 같은 생산혁신을 수반하는 진정한 의미의 유턴을 유도하고 나아가 기업이 해외에서 극대화한 투자수익을 국내 연구개발(R&D) 및 첨단 분야에 투자함으로써 국내 산업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단순히 국내 일자리 증가가 아니라 양질의 고급 일자리 증가를 목표로 해야 한다. 해외 진출 기업이 해외에서 창출한 일자리를 유턴으로 우리나라에서 만들 수 있는 잠재적 일자리 숫자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기업 유턴에 따라 다시 만들어지는 제조업 일자리는 과거 선진국에서 값비싼 임금 때문에 사라져버린 그 일자리가 아니라 보다 고도화된 산업구조에 대응하는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로 거듭나야만 한다.

국가 간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턴을 생산활동의 단순한 국내외 이전으로 접근하는 과거지향적 방식은 이제 버려야 한다. 이제는 글로벌 산업 지형의 변화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출 수 있는 유연하고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김계환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통상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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