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내 이른바 ‘비홍’(非洪·비홍준표) 성향의 중진의원들이 22일 한자리에 모여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을 성토하면서 민주적인 당 운영과 언행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내 이른바 ‘비홍’(非洪·비홍준표) 성향의 중진의원들이 22일 한자리에 모여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을 성토하면서 민주적인 당 운영과 언행 자제를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주영(5선)·나경원·유기준·정우택(이상 4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중진 간담회’ 성격의 회동을 갖고 홍 대표에게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해당 요구사항은 ▲당 운영을 당헌·당규에 맞춰 민주적으로 하고 ▲오랫동안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며 ▲당 결속을 위해 언행을 진중하게 하고 ▲모든 것을 걸고 인재 영입에 전력투구해달라는 것이다.
이 의원은 비공개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당 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달라는 것은 (공석인) 3명의 최고위원을 보임해 최고위원 회의를 제대로 개최하고, 당원과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당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홍 대표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최고위원 보임 없이 지방선거 이후 조기 전당대회 가능성을 시사한 데 대한 반격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들은 궐석인 최고위원을 다시 보임할 경우 직접 나설 계획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최고위가 민주적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점만 지적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삼갔다. 이 의원은 홍 대표의 언행 논란에 대해서도 “대선 때는 ‘사이다 같은 발언’이라고 해서 당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도 받았지만, 그것이 그대로 당 운영에도 통용될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며 “당 대표의 언행으로 상처받는 우리당의 동지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초·재선 의원들도 개별적으로 대화하면 저희와 같은 우려를 많이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런 말들을 쉽게 하지 못하고 일부러 피하는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인재 영입과 관련해 “지금 당장 서울시장 나가라 안 나가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과 당원이 볼 때 천하의 인재를 못 구하면 본인이 스스로 나갈 수 있다는 결기를 보여 줄 때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본인이 스스로 그런 결기를 갖고 인재 영입에 나서달라는 것이 중진들의 목소리”라고 강조했다. 이들 중 일부가 전날 홍 대표에 대한 ‘험지 출마론’을 제기됐던 것을 고려하면 정 의원의 발언 수위는 일정 부분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4대 요구사항을 홍 대표에 직접 전달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이 의원은 “당 대표가 만나자고 하면 만날 테지만 자발적으로 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또 나 의원은 “권력투쟁으로 비치는 점이 아쉽다”면서 “지방선거 때까지 그냥 당이 이렇게 사당화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선거에 참패할 것 같아 이야기하는 것이니 당 대표가 충정을 알아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공개 회동에 앞서 홍 대표에 대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 의원은 “홍 대표가 당 운영을 너무 독선·독주하고 있어 당내 갈등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유 의원은 “홍 대표가 당직 임명에서도 가까운 사람을 임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당 대표의 리더십이 닫힌 리더십”이라고 꼬집었고, 정 의원은 “다음 총선까지도 본인이 공천권을 행사하겠다는 마각을 어제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중진의원들은 오는 29일 오전 다시 간담회를 여는 등 당분간 정례적으로 만나 향후의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주환 인턴기자 juju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