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 삭제·사면권 축소했지만... 4대 권력기관 인사권은 유지

■정부형태·권력구조 개편 내용은
文 "개헌안, 언젠가는 가야할 길"
대통령 권력 분산 다양한 조치
예산 법률주의로 국회 권한 강화
"큰 권한 이양은 아니다" 지적도


한병도(왼쪽) 청와대 정무수석이 22일 오후 국회를 방문해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가운데) 대표, 우원식 원내대표와 개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베일을 벗은 대통령 개헌안의 권력구조 부문을 보면 우선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꾼 것이 가장 눈에 띈다. 현직 대통령이 연임선거에 나가 승리하면 총 8년을 집권할 수 있게 된다. 연임선거에서 떨어지면 이후에 다시 대선에 출마할 수 없어 중임제와 차이가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부칙에 문재인 대통령은 4년 연임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결선투표제도 담았다. 대선에서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두 명만 모아 다시 선거를 치르는 것으로 득표율 40%대 대통령이 탄생해 임기 내내 반대에 시달리는 폐단을 없애기 위한 조치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한 점도 주목된다. 총리에 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라는 문구를 삭제한 것과 관련해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은 “대통령의 명령 없이도 행정 각부를 통할할 권한이 총리에게 발생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의 총리추천제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국가정보원장 등 권력기관장에 대한 대통령의 임면권은 그대로 뒀다.


문 대통령은 이날 베트남 순방에 배웅나온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게 “개헌안은 대체로 한걸음 더 나아간 것들”이라며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다. 그러나 실제적인 내용은 대부분 다 법으로 위임이 돼 앞으로 법 개정 작업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인사권과 행정부의 예산권을 이양하는 안도 담았다. 헌법재판소장의 경우 국회 동의를 받아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헌법재판관 사이의 투표를 통해 정하기로 했다. 대통령 소속 감사원을 헌법상 독립기구화하고 감사위원도 현재는 전원 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했지만 국회·대통령·대법관회의에서 각각 3명씩 선출 또는 지명하는 것으로 바꿨다. 대통령의 ‘국가원수’ 지위를 없앴으며 특별사면권도 사면위원회 심사를 반드시 거치도록 했다.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는 등 국회 권한은 강화했다. 조 수석은 “예산이 법률과 동일한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되므로 국회의 재정 통제는 강화된다”고 평했다. 국회 예산심의권을 강화하기 위해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던 예산안을 120일 전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기획재정부는 매년 8월 말 국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을 7월 말에 내야 한다. 국회 동의가 필요한 조약을 법률로 추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아 조약 체결에 대한 국회 동의권을 강화했다. 정부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국회의원 10명 이상의 동의를 의무화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총리 국회추천제는 사실상 이원집정부제를 하자는 것인데 국민 여론이 압도적으로 대통령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므로 야당의 요구는 과도한 것”이라며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권한을 이양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또 다른 서경 펠로인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감사원을 독립기구화해도 감사원장을 대통령이 그대로 임명하면 큰 차이가 없다”며 “총리도 임명권자가 그대로 대통령이고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문구는 유지돼 큰 권한 이양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야당은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라디오에서 “개헌을 하자는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걷어내자는 것인데 그 부분은 쏙 빼고 다른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개헌안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 헌법 89조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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