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범(사진) 대일정공 대표는 2015년 과감한 투자결정을 내렸다. 서울 구로공단 내 공장부지를 마련하는 데 약 10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연매출 360억원 규모의 회사치고는 투자금액이 만만찮았지만 박 대표에겐 자신만의 셈법이 있었다.
22일 서울경제와 만난 박 대표는 “대일정공이 만드는 제품들은 정밀기계여서 연구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인력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선 회사의 위치가 중요했다”며 “서울에 사옥을 마련하면서 뛰어난 연구개발 인력을 안정적으로 채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대일정공 사례는 고질적인 인력수급 문제를 안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내 중소기업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제조기반 중소기업은 인력을 찾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이들이 지적하는 것이 근무지 위치를 포함한 근무여건이다.
박 대표는 “2015년 사옥을 매입할 때 관할지자체인 금천구청이 제조 중소기업이 단독으로 생산시설을 구축한다는 것에 매우 놀라워했다”며 “우리 회사 전체인력이 140여명인데 가장 중요한 품질관리 인력이 약 15%로 출퇴근 접근성 탓인지 구인난을 겪어 본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역발상은 경영계획에도 숨어 있다. 박 대표는 대일정공의 연매출 규모를 500억원을 넘기지 않겠다는 ‘기업가 답지 않은’ 자신만의 청사진을 갖고 있다. 매출규모를 키우려면 품목을 늘리고 설비나 인력 등에 투자를 더 해야 하는데 지나친 쏠림현상은 기업의 부실 가능성을 키우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가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업문화다.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작업현장에 기름 냄새가 나는 것을 차단하고 쾌적한 환경 조성에 힘을 기울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박 대표는 “창업 때부터 외형성장만 고집하지 말자는 것, 정부지원이 아닌 기업만의 힘으로 성장하자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며 “건전한 재정을 유지하려면 무턱대고 외형을 키우는 것보다 대일정공만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돌아봤다.
대일정공은 고가 의료기기의 외관을 만드는 제조중소기업이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기본원칙으로 하는데 현재는 초음파기기 케이스, 엑스레이 카메라모듈 등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 지멘스·GE·삼성메디슨·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이들 글로벌 기업의 1차 벤더로 등록돼 있다.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80%가 넘는 강소기업이다.
전체 직원 140여명의 중소기업이 글로벌 유수의 기업들과 어떻게 판로를 개척했을까. 사업운이 많이 따랐다고 운을 뗀 박 대표는 “제품판매 이후에 지속적인 하자보수 서비스, 건전한 재무구조 유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꼭 지켰다”며 “지멘스, GE 등은 벤더업체의 건전성까지도 까다롭기 보기 때문에 그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했던 것들이 오히려 건강한 기업문화를 구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일정공의 신성장동력은 로봇제조다. 박 대표는 “대일정공의 최대 경쟁력 중 하나가 의료기기의 모션(구부러짐) 기능”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로봇 수요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고 로봇제작의 핵심인 관절을 구현하려면 우리가 갖고 있는 모션 기술력이면 충분하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의 1차 벤더가 되기 위한 전략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해욱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