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재판개입 의혹 확산

'긴급조치 국가 손배' 판결 법관 징계 시도 정황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이 일부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논란이 재판 개입 의혹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출범한 법원 내 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알고도 덮었다는 주장도 나오면서 현 김명수 대법원장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출범한 대법원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다음달 초 2차 회의를 열기로 했다. 조사단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판단에 반하는 하급심 판결을 내린 지방법원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 시도가 있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앞서 한 언론은 지난 2015년 당시 서울중앙지법의 김모 부장판사가 박정희 정권의 긴급조치 제9호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리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식한 대법원이 징계 시도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조사단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의 PC에서 나온 암호화 문건 760개 등을 확보한 상태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구체적인 사실 여부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의혹은 또 있다. 앞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20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이 2013년 미국에서 댄 애커슨 GM 회장과 만나 ‘통상임금 소송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 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그해 12월 한국GM 등 기업들에 유리하도록 통상임금 판결을 내렸다”며 “당시 대법원에서 ‘청와대가 (재판 결과에) 흡족해한다’는 취지의 내부 문건까지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재판 개입 의혹은 김 대법원장 체제에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 김 대법원장 취임 이후 출범한 사법부 블랙리스트 2·3차 조사위원회가 법원행정처 문서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당 문건들을 발견하고도 쉬쉬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리스트로 시작했던 논란이 재판 개입 등 사법 행정 전반으로 번져가는 것 아니냐”면서 “진상은 분명히 가려야겠지만 이 같은 논란에 휩싸인 법관 사회의 갈등은 더욱 심화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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